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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의 기로’ 홈쇼핑
방송료·커미션 폭등… 여행상품 단가·마진율은 갈수록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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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N 조재완 기자 marketing@gtn.co.kr
- 게시됨 : 2016-09-22 오후 7:19:20 | 업데이트됨 : 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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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인상되는 방송료와 커미션, 급락하는 상품가와 품질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과열경쟁에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홈쇼핑 시장의 과열 양상을 살펴보고 현 주소를 짚어봤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
본지 조사에 따르면 17개 여행사가 올해 37주차까지 참여한 TV홈쇼핑(티커머스 제외)은 총 950여 회. 불과 2년 만에 동기대비 방송 횟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14년에는 여행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면서 홈쇼핑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신문광고 인기가 한풀 꺾이고 홈쇼핑이 ‘대박’을 부르는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 참여 업체들도 늘어났다. 2014년에 방송된 홈쇼핑 여행상품은 470여 건, 2015년에는 670여 건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신세계쇼핑 등 티커머스 홈쇼핑사 방송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별로 방송 증감추이를 살펴봤을 때, 지난해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홈쇼핑 판매에 나선 지역은 괌/사이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방송횟수가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보다 다양한 호텔·리조트 업체가 홈쇼핑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캐리어 공급좌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남아와 유럽 지역도 방송횟수가 각각 70%,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럽 지역은 올해 연이은 테러악재에 서유럽의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동유럽과 스페인만으로 방송 횟수가 대폭 늘었다.
슬롯을 잡기 힘들어질 정도로 홈쇼핑 인기가 치열해지자 방송료도 폭등했다. 현재 인기 홈쇼핑사의 일요일 저녁 시간 방송은 6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문제는 수천만의 고정 방송비에, 7~9% 수준의 수수료를 들이면서도 여행사 수익은 방송료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품 판매가는 덤핑을 치면서, 결국 지상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진은 거의 남지 않는다고 실무진들은 토로한다.
하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오히려 하락세다. 지난 2015년 평균 상품가는 전년대비 26%가량 올랐으나, 이는 단가 자체가 높은 미주와 유럽 방송이 각각 100%씩 늘어나 평균가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럽 방송이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품가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떨어진 상품가 탓에 모객은 34% 늘어도 매출모객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쇼핑 1회당 여행사는 커미션과 고정 방송료 등 평균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홈쇼핑에 지급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이미 여행사들이 1000회 가까이 방송을 진행했으니 홈쇼핑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까닭이다.
이에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여행업협회 기획여행위원회는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과 TV홈쇼핑 방송 횟수를 자율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실무진들은 규제성 없는 합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소위 ‘뒷단 붙이기’로 통하는 홈쇼핑 파워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패키지 송출 최소 인원을 홈쇼핑이 단시간에 끌어다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볼륨인센티브(VI) 달성, 호텔, 항공사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홈쇼핑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모 여행사 고위급 관계자는 “홈쇼핑 모객 인원이 송출객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고객의 25% 이상을 홈쇼핑으로 모아온다. 업체들은 당장 홈쇼핑을 끊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여행사들이 신문광고로 출혈경쟁을 했던 시절을 답습하고 있다”며 “2000만 원짜리 광고하고 800만 원 수익 냈던 과거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하지만 경쟁사가 전투적으로 홈쇼핑에 매진하면 ‘하기 싫어도’ 방어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방송을 진행한 17개 주요 여행사들 가운데 실제 지난해보다 방송 횟수를 줄인 업체는 투어2000이 유일했다. 투어2000은 지난해 동기대비 홈쇼핑 방송을 11% 가량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부 여행사는 TV홈쇼핑의 대안으로 티커머스 채널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생방송이 아닌 티커머스 홈쇼핑은 별도의 결제 커미션이 없고, 고정 방송료는 일반 TV방송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인기 티커머스 방송료 또한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대를 오가고 있어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지적이다.
한 여행사 팀장은 “TV방송뿐만 아니라 소셜커머스와 포털사이트 광고까지 모두 고비용 플랫폼이다”며 “다만 최근 여행사들이 홈쇼핑을 줄이는 분위기 형성하자 홈쇼핑 사에서도 방송 중 여행사 브랜드 CF를 틀어주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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