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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혼돈과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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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N 고성원 기자 marketing@gtn.co.kr
- 게시됨 : 2017-03-17 오후 5:25:47 | 업데이트됨 : 1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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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들어보았던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있다.
성경 속에서 신은 세상을 창조하고, 아담과 이브, 인간을 창조했으며, 신의 명을 거스르고 사과를 맛있게 먹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이 두 인간들의 자손들은 이 땅 위에서 번성하고 점점 늘어갔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악행 또한 만연하게 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신은 인간을 창조한 것은 과오였노라, 후회하며 홍수를 내려 온 세상을 새롭게 만들 결심을 한다.
다만 신은 단 한 명의 인간 ‘노아’에게만 자비를 내렸다. 그와 그의 가족으로 하여금 동물과 새들을 방주에 데리고 들어가 씨가 마르지 않도록 조치했다. 곧 신의 예고대로 폭우가 찾아왔고, 40일 동안의 홍수로 인해 세상은 물밑으로 가라앉고, 결국 방주 안에 있던 노아의 가족과 선별된 동물들만 살아남는다.
우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일까?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면서 바로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홍수라는 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우리 스스로 혼돈의 세상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최근의 흐름과 트렌드를 고려해 보면, 여행업계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듯하다. 세계 웹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고 힘을 키운 ‘글로벌 OTA’ 라는 홍수가 머지않아 몰아칠 것은 예견돼 있다. 다만 성경 속 노아처럼 숨을 죽이며 준비하는 이들이 있고, 이러한 거대한 홍수의 공격을 간과한 채 자기들만의 플랫폼과 영업 방식을 고수하며 현재의 수익에 눈이 돌아간 이들도 있는 듯하다.
여행 분야에서 허니문은 이미 홍수 속에 잠겨 버린 지 오래고, 패키지 역시 머지않아 닥칠 홍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한국 시장에 자리 잡아가는 항공사들은 점점 패키지를 외면하고, B2C나 FIT로 관심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FIT 역시 지금처럼 전화나 신문·웹 광고 등을 통해 예약, 판매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거대한 OTA 홍수에 잠겨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만일 대비하더라도 출혈은 예상된다. 인공지능, 자동화, 실시간 구매, 글로벌화 등의 단어들은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가. 결국 사람의 자리를 앗아갈 단어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미 OTA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서운 단어들의 홍수도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세상,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시스템이 받쳐주는 세상은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듯하다.
예약도, 구매도 이제 손바닥 만한 창구를 통해 너무나도 쉽게 이루는 세상…. 이러한 시스템이 잘 발달된 글로벌 OTA의 공격은 이제 기정사실화돼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막기 위해 뭉쳐야 하는가? 글쎄다, 뭉치면 죽을 것 같다. 누구 하나라도 노아처럼 준비하고 살아남아야 결국 새로운 세상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한 명의 노아가 아닌 많은 업체들이 노아가 돼 변화의 세상을 맞이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인 듯하다.
내가 만들고 있는 방주가 상대에게 맞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공유할 여유조차 없고, 충고할 여유조차 없으며, 자신에게 맞는 변화의 과정을 빨리 인식하고 스스로 바꿔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방주’인 것 같다.
필자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공부하고, 본사의 정책과 전략을 익히고 있으며, 이러한 많은 데이터를 홍수 앞에 닥쳐 있는 우리 시장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맞추고 이끌어 가려고 아등바등 거리고 살고 있다. 기존의 영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는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두렵다.
지금의 실적 호조는 결국 폭풍 전야 같은 것. 기쁘지도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상황이다. 결국, 홍수 전 고요함 같은 혼돈 속으로 생각이 빠져 버린다. 지금은 열매를 생각지도 않고, 결실을 누리지도 않으며, 대홍수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나는 오늘도 방주를 만들고 있다.
<강혁신 세부퍼시픽 항공 한국지사장>
hyukshin.kang@cebupacific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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