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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필요한 노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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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N 고성원 기자 marketing@gtn.co.kr
- 게시됨 : 2017-05-18 오후 9:08:49 | 업데이트됨 : 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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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인 ‘우버’가 새로운 사업인 음식 배달 서비스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고 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이 한국시장에 음식 배달 사업으로 진출한다는 데 정작 한국 기업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익히 들어봤듯이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을 비롯해 카카오톡도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고, 이미 한국 배달 서비스 앱들은 시장 기반을 탄탄하게 잡고 있다. 외국에서는 배달 서비스가 ‘혁신’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세에 기름을 부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놀랄만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이유다. 이제 한국에서 배달 시장은 제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도 위협이 되지 않는 시장으로, 또 다른 파이나누기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반대로 여행업계에서는 글로벌 OTA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만 하면 너나할 것 없이 굉장한 위협을 느끼곤 한다. 글로벌 OTA의 국내진출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현재까지 한국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OTA들을 보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장했다. 문제는 글로벌 OTA들의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 없이 한국 여행사들이 무작정 따라하는 데 급급해 불필요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항공 플랫폼 개발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투자됐고, 일부 회사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데 나섰다. 지난해 론칭부터 화제를 모았던 A 회사의 경우 여행 패러다임이 ‘모바일’로 변화했다며, 대대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랫폼에 이어 패키지 사업을 준비하고, 유수의 여행사 관계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B 회사는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자체 항공 예약 시스템에 이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이 있을 만큼 벤처 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글로벌 OTA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테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교훈을 얻었다. 최근 한국에서 항공 사업을 시작한 익스피디아만 해도 연일 업계 ‘화두’로 오르고 있다.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관계자들에게 조용히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지만, 업계 분위기 상으로는 익스피디아가 과연 항공 사업에서도 브랜드 저력만큼이나 파이를 가져갈지 당사자들보다 더 촉각을 다투는 모양새다.
그동안 글로벌 OTA들이 한국시장에서 제법 파이를 늘려나갈 수 있었던 데는 한국시장에 혁신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위협이 됐던 것이다. 당장의 진출이 곧 성공이라는 공식은 없으며, 한국 여행사들의 차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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