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민식 명차이나 소장

충남도립대학교 호텔관광외식과 겸임교수

koreasheriff@nate.com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몰락했다. 소니, 노키아, 코닥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소니는 옛 영광에 취해 R&D(기술개발)를 게을리 하다 그들이 무시하던 삼성에 덜미를 잡혔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핀란드의 노키아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함과 동시에 몰락했다. 필름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도맡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모습을 찍었던 코닥 또한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음에도 필름 판매량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더 이상 기술개발을 하지 않다가 결국 몰락해버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만심에 가득 차 변화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여행업도 큰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과거와 달리 현재 여행 희망자의 대다수는 자유여행을 원하고 있다. 여러 요소가 결합돼 수익을 창출하는 여행업의 수익구조상 자유여행의 증가는 대다수의 여행사를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할 것이다.

필자는 1년에 한 번 가족여행을 다닌다. 올해는 소위 자유여행의 천국으로 불리는 보라카이를 다녀왔다. 수영을 배워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아내를 위해 호핑투어도 예약했다.

호핑투어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설업체에 예약을 했다. 정식 여행업계의 루트가 아닌 사설업체에 예약을 했던 이유는 2가지였다. 첫째는 일반 방카선을 타고 나가는 호핑이 아닌 요트를 이용한 호핑이었다는 점, 둘째는 자유여행객들은 왜 여행업을 통한 정식 루트가 아닌 사설업체를 이용할까라는 궁금함을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해소됐다.

호핑투어 미팅은 보라카이의 스테이션 3 버젯 마트 앞에서 이뤄졌다. 우리 가족을 포함한 서로 처음 보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 둘이 포함된 우리 가족, 커플 3쌍, 대학생 남성 3명, 직장인 여성 3명, 대학생 자녀들을 동반한 중년부부 2쌍, 신혼부부 1쌍 등 연령과 성별이 매우 다양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여 이루어진 여행업의 패키지 투어와 그 모양이 같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스노클링 포인트도 가지 못했고 대체 포인트에서도 파도가 세서 멋진 열대어들을 보지 못했음에도 여행객들의 만족도는 최고였다.

호핑투어를 총괄하는 한국인 사회자의 환상적인 진행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웃게 해줬고, 울게 해줬고, 때론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줬다. 그를 따르는 필리핀 스텝들도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즐거움에 촉매제 역할을 해줬다. 6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 몰랐다. 호핑투어의 마지막 피날레는 보라카이의 아름다운 선셋을 바라보며 펼쳐진 요트 안에서의 댄스타임이었다. 생각해보면 불과 6시간 전 어색함이 가득한 채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호핑투어 운영진들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었다.

여행업에 있는 동안 동남아 여러 나라의 많은 호핑투어를 다녔다. 나라만 달랐지 하나같이 표준화된, 누구나 다 아는 프로그램 일색인 그냥 그런 호핑투어만 봤던 필자에게 이번에 경험한 사설 호핑투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여행사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는 자유여행객들을 양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설업체들은 연구하고 발전한다. 그들의 연구와 발전은 흑자라는 기본 전제조건 안에서 시작된다.

여행업도 하루빨리 현지 투어피의 정상화를 먼저 만들어주고, 그들보다 더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여행객은 늘어나는데 그들은 언제까지 쌍팔년도식의 마케팅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