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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생도사 전생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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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N 류동근 기자 marketing@gtn.co.kr
- 게시됨 : 2019-05-23 오후 6: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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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여행정보에 대해 눈과 귀가 멀었던 시절, 별다른 노력 없이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 때를 회상하며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왕년엔 내가 말이야…!” 군대시절 회상하듯 호시절 여행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그렇게 나름 여행시장에 베테랑이라고 자부해 온 여행사 사장들의 자존심이 요즘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다. 수십 년 간 여행사를 운영해 온 본인들의 아들, 딸들조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직접 항공사의 저렴한 요금을 예약한다. 호텔 비교사이트를 통해 호텔을 잡고, 현지 단품상품도 여행 전 미리 예약한다.
싸게 해외여행을 가겠다는데 뭐라고 딱히 나무랄 수도 없다. 조금만 부지런히 검색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데 굳이 부모가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모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 층의 여행패턴이 그러니 애써 이해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림잡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10명 중 7?8명은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중 절반은 여행사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사와 랜드사의 주요 업무인 발권·수배·지상업무를 고객이 알아서 하는 시대가 됐다. 여행사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여행사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근근이 버텨오던 여행사들도 문을 닫거나 전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행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곧 3000만 명 아웃바운드 여행시대가 열린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여행사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새로운 업무영역을 고민하고 개척해야 할 때다. 발권·수배·지상업무가 여행사의 고유 업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더욱 고객들이 넘보지 못할 더 깊은 전문영역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꼰대(?)적 사고방식 탈피가 우선이다. 왕년 운운하며 남 탓만 하는 사람들보다, 내년 내후년의 시장흐름에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고객의 니즈를 찾아 고민하는 분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골프와 관련된 사자성어 중 ‘목생도사(木生道死)’라는 말이 있다. 볼이 나무를 맞으면 살고 카트 도로를 맞으면 죽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전생현사(專生現死)’가 딱 어울릴 것 같다. 전문성을 키우면 살 것이요,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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