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항공(세유항운 계열사)이 필리핀항공 한국총판매대리점(GSA)으로 새롭게 선정되면서 여행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GSA변경으로 여행업계 내에서는 동남아 메인 노선으로서 관심뿐만 아니라, 사후처리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만큼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서울항공 김상국 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경과와 서울항공의 향후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양재필 기자> ryanfeel@gtn.co.kr
> 노선확대·좌석확충으로 필리핀항공 인지도 높일 것
> 필리핀 성장성 무궁무진… 일각의 우려 성과로 불식
Q. 드디어 GSA 변경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11일에 한국과 필리핀 현지 동시에 GSA 변경·선정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운항 계획 및 GSA의 법적인 문제 등을 처리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 필리핀 본사 측도 매우 조심스럽게 계약을 진행했다. 필리핀항공과 GSA에 대해 이야기 한 기간은 2개월 정도 된다. GSA 선정에 대한 논의는 제스트항공 운항 중지 이후 빠르게 진행됐다. 구두 상으로는 이미 확정돼 있었지만 재정적, 법률적 문제를 세세하게 검토하느라 결정이 늦어졌다.
제스트항공을 핸들링하면서 3~4년 만에 빠르게 시장 포지션을 구축했기 때문에 필리핀 현지에서 세유항운의 인지도가 매우 강하게 형성돼 있다. 지난해 필리핀항공이 산미구엘에 인수되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GSA 변경도 사업 수익성 제고의 일환이다.
산미구엘은 맥주회사 정도로 알고 있는데 필리핀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가장 저명한 대기업이다. 일각에서 궁금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음모론은 전혀 없다. 양사의 니즈가 맞아 전격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Q. 이번 GSA 변경에 대해 다양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부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제스트항공을 핸들링하며 가격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요금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스트항공은 기재 부족 등으로 네트워크 확장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리핀항공은 항공기 도입이 꾸준해 한국 시장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공급할 것이다. 한국시장에서 7000석 정도가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데, 본사에서는 필리핀항공의 좌석을 더 늘리기 원한다. 필리핀 방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제스트항공은 이제 에어아시아닷컴을 통한 웹부킹 서비스밖에 없다. 세유항운은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제스트항공을 운영하려 했지만 본사 협조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마닐라 노선의 경우 GDS가 없으면 상당히 판매가 어렵다. 하지만 필리핀항공은 BSP GDS 발권이라는 강력한 세일즈툴이 있기 때문에 판매 우려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동안 제스트항공에서 해왔던 블록 정책을 과감히 변경하고, 탄력적인 판매정책을 펼 것이다. 영업부와 마케팅부에서 이 점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여행업계 마케팅 영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만 국한돼 있는 판매망도 전국으로 늘릴 것이다. 대전, 대구, 광주, 춘천, 부산에 추가 지사를 직접 설립해 판매 능력을 확대할 것이다. 직영으로 운영되거나 역량 있는 지사는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Q. 구체적인 노선 운영 및 판매 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내년 여름 PPS(팔라완)와 북부 다바오 노선을 검토하고 있고, 중단됐던 무안~마닐라 노선도 주 2회 정기 노선으로 재취항을 계획하는 등 신규노선을 확충하고, 지방수요도 섭렵할 것이다. 마닐라, 보라카이(칼리보), 세부를 2데일리로 운영하고, 부산~마닐라, 칼리보 노선은 주 4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필리핀항공은 시드니, 맬번 등 호주 노선과, 중동 노선, 런던 노선 등 다양한 이원구간을 가지고 있다. 과거 필리핀 직항에 대한 관심이 주요했다면, 이러한 이원구간 판매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재 미국항공청 FAA등급이 낮아 취항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인데, 내년 초 필리핀항공이 안정등급으로 리스트업 되면 제 5운수권을 적극 활용해 보고자 한다.
마닐라~인천~미주로 가는 루트를 개발할 것이다. 마닐라~오사카~뉴욕 노선도 계획 중인데, 인천은 미국 서부 지역을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마닐라~인천~LA에 주5회 취항을 계획 중이다. 2008년까지 항공GSA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지만, 2009년 이후로 저비용항공사들의 공세가 강해지면서 업황 수익이 매우 낮아진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고수익을 누리려고 하기보다 낮은 수익성을 커버할만한 많은 수요를 끌어들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지난 5년간 필리핀 수요는 매년 15% 이상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폭이다.
아직 필리핀 노선의 수익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4월 한-필리핀 항공협정 후 양국 쿼터가 주간 9500석에서 현재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항공 운임의 급격한 하락이 있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가격 왜곡이 있었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수요과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터무니 없는 저가가 사라지고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소 적정 가격은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GDS, ATR 발권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며 자체 시스템 개발로 ATR 발권도 더 쉽게 만들 것이다.
Q. 필리핀항공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번 GSA를 통해 운영하게 된 팔익스프레스(PAL Express)도 저비용항공사가 아니다. 그만큼 필리핀항공이 활용할 수 있는 노선이 다양한다. 먼 길 저비용항공 타고 이동하는 것 쉽지 않다. 운임을 낮추는 대신 기내식을 줄이고,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있는데 풀캐리어는 그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제스트항공이 딜레이로 악명 높은 항공사였다면, 필리핀항공은 풀서비스 캐리어로서 승객 핸들링과 확실한 가이드라인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리핀항공의 줄어든 인지도를 회복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필리핀항공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해 나갈 것이다. 고급 기종을 도입하고 미주 구간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 홍보해 고급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키울 생각이다.
또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항공 운임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노선의 가격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2~3년간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
Q. 하고 싶은 말.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서 이번 GSA 선정이 큰일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둔감해졌다. 그동안 임직원들이 4년 동안 인내해주고 열심히 해온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외부적으로 파트너 여행사 및 승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실망스럽지 않게 잘 운영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세훈항운이 지난 수년간 열정적으로 필리핀항공 성장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는 어떤 항공사보다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 매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미 직원을 새로 세팅하고 있고 내·외부 조율을 통해 서울항공에서 일하고자 하는 세훈항운 직원들이 있다면 채용하고자 한다.
필리핀항공을 하며 오랫동안 필리핀 전문가로 역량 쌓아온 점을 잘 알고 있다. 사무실 확장 및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 1월 중 광화문 동화빌딩 19층으로 이사를 계획 중에 있다.
현재 업무 인원은 부산 지사 포함 96명인데, 119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다. 현재 서울 세일즈가 8명인데 5명을 더 충원하고, 부산 세일즈도 2명에서 5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필리핀 항공의 새로운 전성기를 지켜봐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