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및 유관기관 등이 실시하고 있는 각종 여행업계 관련 제도 및 정책이 지나치게 소비자 편향적으로 가고 있어, 여행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7월15일부터 ‘항공운임·여행상품 총액 표시제’가 본격 시행된다. 골자는 항공운임총액표시제의 경우 항공권 또는 항공권이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시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항공운임 등 총액’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총액표시제는 국토교통부가 단속한다.
국토부는 광고나 총액운임 노출시 ‘편도 또는 왕복’ 운임인지와 ‘유류할증료 변동 가능성’을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표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상품총액표시제 및 ‘표시·광고 주요 권고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소관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열린 설명회에서 "기획여행업자가 광고하는 경우 모든 필수 경비를 상품가격에 포함시켜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를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상품총액 표시제와 공정위 표시광고 주요사항은 다중 처벌이 가능해, 표기가 잘못된 여행상품이 다수 적발되면 수천만원에서 억단위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국토부와 공정위가 해당 제도에 대해 일단 자율적인 시행을 천명하고 있지만, 7월15일부터는 해당 사항을 어길시 관련법에 따라 실제적인 처벌 및 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행사와 항공사 등 여행업계 실무자들은 공정한 여행업계 거래정착을 위한 제도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시기와 세부적인 방법론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토로하고 있다. 단기간에 제도가 중첩 되서 우후죽순으로 시행되다 보니 미쳐 시스템을 바꿀 새도 없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국토부와 공정위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시행하라는 식의 제도 도입은 여행업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KATA(한국여행업협회)와 충분히 세부조율을 통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도를 유연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계 및 항공사와의 복잡한 시스템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지나치게 소비자 편향적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며 “성수기를 코앞에 두고 매우 바쁜 상황에서,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이러한 제도 시행을 굳이 강행해야 하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최근 이러한 제도 시행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다양한 점검 및 요구사항 들도 업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국토부는 6월 한 달 동안 국내 취항 중인 81개 외국계 항공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관련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국토부는 문서에서 외항사의 운송약관, 항공기 지연·결항 시 승객처리 매뉴얼·보상기준, 피해구제 접수 절차·처리계획 등 항공교통이용자 보호실태를 일제 점검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히며, 각 외항사에게 각종 서류 준비와 자체점검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송부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가 요청하는 외항사 서류는 ‘항공기 지연·결항시 승객처리 매뉴얼 및 비상 계획(지점별)’, ‘항공기사고 지원계획서’ 등 총 8가지에 세부 질문지는 45개에 달했다.
A 외항사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도 좋지만 국토부가 원하는 자료를 모두 취합하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다. 과연 국토부가 제출 자료를 제대로 살펴보기나 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B 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의 불합리한 환불 정책에서 시작된 조사가 이제는 외항사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라며 “한국법은 지나치게 소비자 편향적으로 형성돼 있어 기업들의 숨을 막히게 한다. 본사에서 조차 한국 시장의 다양하고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양재필 차장> ryanfeel@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