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고 건수가 저비용항공(LCC, Low Cost Carrier)에 비해 더 높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이 풀캐리어(FCS, Full Carrier Service)에 비해 사고가 잦을 것이라는 인식에 일갈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자세한 운항 현황과 사고 건수를 비교해보니,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6월까지 항공기의 사고·준사고는 총 66건이다. 이 중 사용사업에 관련한 사고 37건을 제외하면 총 29건의 사고가 항공사별로 집계됐다.
각 항공사별 현황을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각각 11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됐다. 이어 에어부산이 3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각각 2건으로 나타났다. 더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대형항공사의 사고 건수가 높게 난 것이다. 미디어에서도 이에 대해 저비용항공을 변호하는 기사를 우후죽순으로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정감사 결과가 단순 사고 건수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 특히 대형항공사 측에서는 해당 결과를 놓고 대형항공사만을 비판하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에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사고 건수만 보자면 대형항공사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저비용항공이 무턱대고 더 많은 사고가 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각 항공사별 운용 현황이 다른 것을 따져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정감사 자료를 기초로 한 본지 조사 결과, 오히려 몇몇 저비용항공사에서는 대형항공사보다 사고가 더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고받은 모 의원이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대형항공사에서 사고·준사고가 잦다는 사실은 심각한 결과”라고 성토한 것이 무색한 상황.
먼저, 국정감사 사고 건수 집계 자료와 같은 기간 동안 각 항공사의 운항 횟수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173만여 건, 아시아나항공은 120만여 건이었으며,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제주항공이 28만8152건으로 가장 많은 운항편을 기록했다. 저비용항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누적 운항편에서는 풀캐리어가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각 항공사가 사고 1건을 발생시키는 운항 횟수를 계산했다. 사고 1건 당 운항편이 적을수록, 사고가 더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을 의미한다. 국적사 중 가장 많은 항공편을 운항한 대한항공은 15만7301편이 운항될 때마다 1건의 사고를 낸 것으로 계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10만9483편이, 제주항공은 14만4076편이 운항될 때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계산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사고가 적었으나, 대한항공보다는 사고가 더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외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이 각각 9만2216편, 9만9867편이 운항될 때마다 1건의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의 사고 빈도와 확실히 큰 격차를 나타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빈도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한편, 풀캐리어와 저비용항공을 구분해 평균한 조사에서는 풀캐리어의 사고 빈도가 더 높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13만3392편을 운항할 때 1건의 사고가, 국적 저비용항공사들은 평균 15만4935편을 운항할 때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해당 기간 무사고 운항으로, 저비용항공사 전체 사고 빈도가 더 낮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