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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호 2026년 06월 15 일
  • [GTN칼럼] 10월의 단상(斷想)

    전선하 피치항공 대표 tangchiri@hotmail.com

  • 입력 : 2015-10-26 | 업데이트됨 : 3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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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아파트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에게서, 그 기나긴 여름철 내내 푸름을 뽐내며 자랑하던 것을 뒤로 하고, 나뭇잎들이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다.


젊은 시절에 코스모스가 피는 가을이 오면, 무엇인가 외롭고, 고독하고, 그리고 아스라하게 느껴지는 슬픔이 있었다. 또 서쪽으로 조락(凋落)하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가 상실되고, 마르고, 쓸쓸하고, 사라지는 황량했던 시간들이 더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5학년 5반을 보내고 있는 이 가을에는, 농부가 봄에 눈물의 씨를 뿌리고, 기나긴 여름 내내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수확물을 추수하는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역경을 이겨낸 주름진 촌부의 넉넉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을만이 주는 눈부신 파란 하늘과 새털구름, 고요한 한 밤중에 풀숲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를 통하여, 독특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해낸다. 또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과 피조물들을 만드신 창조주에게 감사와 경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다른 나를 보게 된다.


이렇듯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개인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되고, 국가에게는 그 나라의 역사가 되고, 자연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생장과 소멸을 반복하게 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변화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거스르거나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점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성장이 없는 사람과 자연은 미완의 존재로 머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인생의 여정을 보면, 부끄러워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고 몸서리처지는 어둠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인생의 황금기라 불릴 수 있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여정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하고 좋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도 개인의 관점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앞으로 살아갈 삶에 더 의미를 두게 된다. 그것은 100세까지 장수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 성취를 더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끄러운 과거이든 행복했었던 과거이든 상관없이, 이제까지의 삶의 흔적이 나의 존재이듯,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살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연륜이 쌓이듯, 점점 내 자신도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교제를 통하여 나의 연약함을 채우고, ‘나는 절대로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더욱 더 인식하게 된다.


그리하여 내 마음 속에서 미워하는 사람의 수를 하나씩 지워버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사람을 용서하고 용납하며, ‘인간이란 어차피 연약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연민의 정을 더 느끼게 되고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려고 한다.


곧 이 가을이 지나면 곧 겨울이 올 것이다.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는 칼바람만이 앙상한 가지를 때릴 것이고, 거리엔 사람들이 차갑고 짧은 호흡을 하며 분주히 걸어 다닐 것이다.


마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 변하듯이, 인생도 여전히 희노애락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성취가 없었다고 생각하며, 속절없이 흘러간 1년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후회를 할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돌아보면 후회를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해도 후회를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간에게 후회 없이 사는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전설속의 유니콘과 같지만, 창조주는 ‘망각’이란 축복을 주셔서 우리가 내일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상실과 소멸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우리의 인생도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연과 인간 모두가 변하듯이... 그러나 이 모든 상실과 소멸의 과정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명과 내년을 위한 것이고, 또한 모든 만물이 겪어야 할 준비과정이다.


우리 모두 이 가을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청명하고 눈이 시리게 맑은 하늘을 쳐다보자. 렘브란트도 동일하게 보았을, 햇빛에 반사된 아름다운 나뭇잎을 보자. 갈대 사이로 보이는 석양에 지는 노을을 마음껏 바라보자.


그리고 먼 산에서 형형색색 자신의 정체성을 색깔로 보여 주고 있는 단풍을 마음껏 바라보자. 왜냐하면 2015년의 이 가을은 우리의 인생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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