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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호 2026년 06월 15 일
  • [GTN칼럼]만사형통 (일어난 일을 ‘예’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김 신 유로스테이션 대표 kevin@eurostation.co.kr

  • 입력 : 2015-11-16 | 업데이트됨 : 18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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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다. 그런데 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요즘 내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내 나름대로 잘 사는 것에 대한 대답을 해본다면, 이미 일어난 일에 ‘예’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해서 살고 ‘예’한다는 것, 쉬운말 같지만 이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그런 삶의 태도는 자연스럽게 복을 가져다 준다.


나에게 있었던 일이다. 2014년 봄, 유럽건축여행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의뢰를 하신 살림마을의 장길섭 선생님이 독일 본 근처에 있는 피터쥼터의 건축물 ‘Brother Klaus Field Chapel’을 보고 싶다고 했다. 살림마을은 삶을 예술로 가꾸어 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영성 공동체 같은 곳이다.


아트투어 기획을 진행하면서 꼭 사전 답사를 혼자 다녀오게 된다. 그렇게 해야 여행의 디테일이 살고, 진행이 매끄러워지며,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떄문이다.


독일의 교육도시 본에서 차로 50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이 예배당에 가기위해 렌터카를 빌렸다.


차에 있는 네비게이션으로 이리저리 찾아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 구글맵으로 확인하고 대략 그 근처 마을에 가서 물어보려고 근처 도시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헤매다, 이 예배당을 찾아 도착할 때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황혼역이었다. 마음이 급해진다. 예배당 앞쪽에 차가 한대 대어져 있는걸 보고 그 뒤에 차를 서둘러 대고는 부랴부랴 달려서 예배당으로 움직였다.


그때 예배당에서 70대로 보이는 나이드신 부부와 노인 한분이 걸어 나오다 나와 마주쳤다. 인상이 좀 괴팍해보이는 한 노인이 다짜고짜 나에게 누가 차를 저기다 대라고 헀냐고, 다그쳐 묻는다. 자기 차 뒤에 내차를 댄것인데 딴지를 거는 것이다. 잠시 망설였다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무시하고 그 예배당을 둘러볼것인가 아니면 ‘예’ 할 것 인가? 잠시 생각을 한 후 나는 ‘예’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시간이 없어서 저곳에 주차를 했다고 설명하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노인은 저기 아래 400미터 가량 내려가면 농가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대고 올라오라고 한다.


해는 지고 있고 시간은 별로 없고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노인이 조금 야속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겠다고 말하고 차를 몰고 그곳으로 내려가 400m를 전력질주로 뛰어 올라왔다.


멀리 예배당 앞에서 그 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숨을 헉헉 몰아쉬며 예배당앞에 도착하자 이 노인이 그때서야 웃으면서 물어본다. 어디서 왔느냐고, 그리고 이곳에 왜 왔느냐고…


그 노인은 가만히 나를 웃으며 바라보다 말을 한다. ‘내가 바로 그 농부야’ 라고 그러고는 나를 예배당안으로 데리고 가서 이 예배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클라우드라는 성인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모임의 장을 맡고있는 이 농부는 평소 좋아하던 피터쥼터라는 최고의 건축가가 가까운 쾰른에 콜롬바 뮤지엄이란 박물관을 건설하고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즉시 피터쥼터에게 자기 땅에 클라우드 성인을 기리는 예배당을 건설해 주기를 청했고 피터쥼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예배당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참 특이한 구조의 예배당이었다. 좁고 가느다란 휘어진 통로 안은 마치 동굴과도 같았고 그 끝에 하늘이 뚫려있는 자그마한 예배공간이 나온다. 벽은 검게 그을려있다. 그 농부에게 한 달후에 다시 내 친구들과 이곳에 올 예정인데 나오셔서 가이드를 해주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농부는 흔쾌히 하겠다고 웃으면서 답을 한다. 그렇게 그는 한 달 후 건축여행 단체 35명의 여행객을 다시 이곳에서 웃음으로 맞이해 주었다.


직접 설계도면과 건축과정을 찍은 사진을 가지고 나와 자세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여행객들은 그 농부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만약 그때 내가 ‘예’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은 없었을 것이다.


하나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어난 일에 ‘아니오’를 외치며 후회하고 저항하는 순간부터 불행은 시작되며 만사불통으로 고통 받게 된다.


만사형통은 일어난 일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며 ‘예’ 했을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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