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여간 지속된 사상 초유의 저유가 행진이 막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좋지 않은 업황에도 저유가 수혜로 수익을 내던 항공사들의 실적 감소 압박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항공유(航空油)는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상품으로 시차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유가 움직임에 가격이 연동된다.
장기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상당 부분 개선된다. 운영 비용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를 차지하다 보니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절감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면에 단점은 유류할증료는 증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유가가 절대적 수치 아래에 있어 유류할증료는 대부분 매우 작거나 받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유류할증료를 못 받는 것보다 유류비가 장기간 저렴한 것이 이득이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지난 2년간 국제유가 하락으로 예상치 못한 수익을 실현했다. 이 기간 양민항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항사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을 톡톡히 누렸다. 항공 업황이 상당 부분 침체돼 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저유가가 그나마 고마운 시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 추이는 슬슬 끝나는 분위기다. 저유가 기조가 강해진 것은 지난 2년 전으로 올라간다. 2014년 7월 WTI(서부텍사스원유지수)가 배럴당 100달러를 붕괴하면서 본격적인 유가 하락세가 시작됐다. 당시 70달러 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유가는 불과 3개월만에 50달러 대까지 추락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2015년 들어 60달러대까지 반등하면서 오름세를 지속하던 국제유가는 그 해 여름 다시 하락을 시작해 연말에는 배럴당 40달러도 붕괴시켰다. 10여 년만에 최저 유가를 형성하던 시기였다. 당시 판매되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00원 정도인 곳도 있었는데, 일각에서는 ‘석유의 종말’까지 예상하는 곳도 있었다.
유가는 올 초 2월 중순에는 역대 최저치까지 깨고 내려갔다. 배럴당 26달러까지 하락한 것인데, 이는 20여 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불 근처까지 왔다. 바닥에서 짧은 기간 두배 정도 오른 것이다.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한동안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에는 70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그 동안 저유가를 당연시 여기던 항공사들은 빠르게 상승하는 유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히 유가가 올라가서 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저유가에도 그렇다할 실적을 못 냈던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이 추가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현재 항공 시장 수요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과거보다 경쟁으로 인한 노선 수익성이 상당 부분 저하됐고, 경기 회복 탄력성이 약해 여객 증가율이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국제유가 기준으로 최소 70달러 이하는 유지가 돼야 저유가로 인한 수익을 기대할만 하다고 한다. 즉, 7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올라가면 있던 수익도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유류할증료가 늘겠지만 그건 항공 수요가 적절히 보장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외항사 관계자는 “지금 항공사들은 1년 넘게 저유가 상황에 길들여져 있다. 자체 금융상품으로 유가 상승, 하락을 상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이제 자체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