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행사 관계자들은 ‘홈쇼핑은 마약’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홈쇼핑 시장에서의 여행상품 판매 대박 신화는 점차 사라져 가는 분위기지만 홈쇼핑을 선호하는 여행사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다른 판매 채널과는 달리 불황과 거리가 멀었던 홈쇼핑 시장. 하지만 뜨거웠던 만큼 냉각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
<조재완 기자> cjw@gtn.co.kr

여행사들이 홈쇼핑 광고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일부 여행사들의 홈쇼핑 대박이 중간중간 터지면서 판매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행사들은 신문광고보다는 홈쇼핑 광고에 더욱 의존했고, 인기만큼 회당 방송 비용도 수직상승했다.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는 지난해까지 인기 절정에 이르다가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최근 3개월간 주요 6개 홈쇼핑 채널에서 방송된 상품들의 실적 지표를 보면 홈쇼핑 대박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18개의 여행사가 한 달 평균 110회 가량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행사당 평균 한 달에 6~7번 꼴로 홈쇼핑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유럽, 미주, 동남아 상품 등 중장거리 상품을 다양하게 세팅해 판매하는 점을 감안해 홈쇼핑 상품 평균가를 산출한 결과 106만원 정도가 나왔다. 석 달 동안 방송된 331개 상품이 받은 콜은 총 60만1503콜, 이중 결제자는 8만6580명으로 상품 결제율은 14.4%로 집계됐다.
실제 콜이나 생방송 결제보다 중요한 수치는 방송 익일 전환자다. 언제든지 예약을 취소할 수 있는 잠정적 고객에서 확실한 고객으로 전환되는 수치이자, 여행사들이 홈쇼핑 매출 기준으로 삼기 가장 좋은 실적이다.
이 수치는 여행사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항으로 공개되지는 않는다. 다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전체 콜수의 7% 수준, 생방송 결제인원의 50% 정도가 익일 전환자로 들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판매되는 홈쇼핑 상품 판매가와 방송 횟수 실제 결제율을 따졌을 때, 여행사들은 홈쇼핑 방송 1회를 진행하고 평균 1억4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억4000만원은 순수익이 아니라 매출에 불과하다. 보통 홈쇼핑 1회 방송료로 여행사들이 홈쇼핑사에 지급하는 금액은 3000~ 6000만원 정도에 달한다. 그리고 실제 판매된 여행상품 매출 중 9% 정도를 홈쇼핑사에 추가 지급한다. 방송료를 포함해 홈쇼핑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중은 평균 20~25%에 달하는 실정이다. 결국 지상비와 인건비 등을 빼면 사실상 마진은 거의 남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가 갈수록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지만 여행사들은 홈쇼핑을 놓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물량 중독’에 있다. 여행사들은 비수기 시즌 모객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홈쇼핑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볼륨인센티브(VI) 달성, 관광청·항공사와의 관계 및 지원금 등을 이유로 홈쇼핑 판매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기 상품 모객이 부진하거나 실적 목표치 도달이 더딜 때면 언제든지 비수기·성수기 시즌 구분 없이 홈쇼핑을 통한 여행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사와 항공사에게 홈쇼핑 판매는 수익 추구가 아닌 물량떨이나 좌석소진 혹은 매출보전 용도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가 과거보다 잦아지면서, 여행상품 자체 경쟁력보다 저렴한 가격과 특전 그리고 콜(Call) 수를 앞세워 판매하는 경우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다수의 홈쇼핑사들이 콜 수를 높게 기록하기 위해 상당한 고가 상품을 예약자 특전으로 내놓고 있지만, 예약만하고 실제 결제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이런 피해가 결국 실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홈쇼핑에서의 무리한 저가 여행상품 판매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이 제값주고 여행 상품 구매하는 것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송을 통해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방송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여행 상품 가격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 시장은 올 여름 성수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홈쇼핑을 통한 상품 판매 마진이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여행사들은 팔아도 손실인 상태가 진행되고 있고, 다른 여행사들도 항공사, 랜드, 관광청 등의 지원금이 없다면 사실상 팔수록 손해인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처럼 여행상품을 홈쇼핑으로 대거 판매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2000년 중반 홈쇼핑 여행상품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으나, 이후 홈쇼핑 판매로 인한 여행업계 전반의 수익성 훼손이 심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홈쇼핑 판매를 자제하는 결의까지 한바 있다. 이후 TV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까지 홈쇼핑 광고를 진행해 온 여행사 관계자는 “올 여름 이후 홈쇼핑 판매를 줄여나갈 것이다. 내부에서도 이제 홈쇼핑으로는 수익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홈쇼핑 소비자들은 충성도 있는 고객들이 아니다. 오로지 저렴한 가격만 보고 들어오기 때문에 여행사에게 장기적으로 득 될 것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