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유럽행 항공사들은 꾸준한 승객 수요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영 신통치 않다며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아웃바운드 수요는 기조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며 항공사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에는 일단 많이만 태우면 수익이 내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아무리 태워도 수익이 나지 않는 기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과잉 좌석 공급으로 인한 항공료 추락이 자리 잡고 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
최근 유럽행 항공사들의 고민은 탑승률(L/F)이 아무리 높아도 수익 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손익분기가 탑승률 80%였다면, 요즘엔 90%를 채워도 가끔 한두 번 채우지 못할 때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된 것은 여객 단가가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중국 등 단거리 지역의 경우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가격 경쟁으로 인한 요금 하락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반면, 유럽이나 미주 등 저비용항공사와의 요금 경쟁에서 자유로웠던 대형항공사들은 어느 정도 요금 저가 경쟁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2014~2015년에 중장거리 신규 항공사 취항이 늘어났고, 유럽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의 기재와 공급 좌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럽의 인기로 공급과 수요가 어느정도 평형을 이루는데는 성공했지만, 여객 증가 속도보다 공급좌석 증가속도가 더 빨리지면서 유럽행 항공사들은 원치 않는 요금 전쟁에 내몰리게 됐다. 현재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사들은 유럽 직항과 경유 노선, 중동 항공사 경유 노선, 러시아 경유 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중동 항공사들의 경우 수년 전부터 유럽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유럽행 경유 노선 요금을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유럽 직항 요금 하락에도 불을 지폈다.
최근 유럽행 항공사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도 결국 낮아진 요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유럽이나 미주 장거리 일반석 항공 요금은 총액 기준으로 평균 200~250만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왕복항공 요금은 100만원이 넘으면 비싸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00만원 이상의 요금으로는 어렵지 않게 유럽행 비즈니스석을 예약하는 시대가 왔다.
6월 중순 출발 기준 유럽행 항공사들의 공급 요금을 조사한 결과, 요금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디비(개별) 좌석 요금이 여행사 공급 그룹좌석보다는 한참 가격이 높아야 정상인데, 최근에는 좌석이 남아 인디비 좌석 요금을 그룹 요금 수준까지 내려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태다.
실제로 E항공사의 프랑스 파리 노선 요금은 인디비 가격으로 검색하면 최저 71만9300원으로 나온다. 그 중 유류할증료가 38만5000원으로 50%가 넘는다.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순수운임은 33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룹 요금은 보통 여기에 25~35%의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 특히 탑승률이 낮을 때 그룹요금은 인디비 대비 최대 30~40% 수준까지 하락한다. 그룹 요금 30% 할인이라고 가정하면 순수 운임은 23만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래도 좌석이 안 팔리면 항공사들은 얼리버드나 프로모션 특가를 내놓아 남은 좌석을 소진시킨다. 이때 특가 요금은 보통 건당 5만~10만원 할인이 들어가는데, 비율로 보면 그룹 요금에 10~30%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따져보면 유럽행 항공사 요금은 평균 20만원 중후반대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평균 할인율로 따졌을 때고, 실제로 그룹 요금도 최저, 특가 요금도 최저로 받으면 순수운임이 10만원 대로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유류할증료 제외 15만원짜리, 18만원짜리 유럽 요금이 시중에 나오는 이유다. 10만원대 요금은 붐비는 시간대 제주도 왕복 요금이며, 동남아 땡처리 항공권과도 비슷한 수준 요금이다.
유럽 외항사 관계자는 “10~20만원대 유럽 요금이 나온다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 항공사는 그래도 가격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애써보지만 양민항까지 가격을 무차별적으로 내리고 있는 마당에 가격 경쟁을 안 할 수가 없다. 외항사 유류할증료가 높다 보니 총액이 높아 보일 뿐이지, 유류세를 제외하면 정말 충격적인 요금이다. 이제 유럽 항공 요금도 정말 동남아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외항사들의 유류할증료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 보여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민항의 경우 저유가로 전 구간에 유류할증료가 없다시피 한데, 외항사들은 각사마다 자기 방식대로 유류할증료를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본사 요금 정책을 따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순수운임 자체가 낮아지다 보니 유류할증료가 대부분 순수운임보다 비싼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사에게 공급하는 순수운임은 10만원대인데 유류할증료가 30만~40만원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기형적인 요금 구조가 된 것이다.
유럽행 항공사들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좌석 공급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올해부터 동유럽 항공사 등 추가 취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공급 분산 효과는 있으나 유럽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상황에는 결국 나눠먹기 경쟁이 될 소지가 크다.
유럽 외항사 관계자는 “요즘 브랜드 인지도나 최신예 기재 같은 건 더 이상 먹히지가 않는다. 무조건 항공요금이 저렴해야 예약이 들어온다.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가격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에 경제 상황까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실적이 빠르게 줄고 있어 압박감이 극심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두 개 유럽항공사는 무슨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