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GSA(총판대리점)의 시장 영향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GSA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몇몇 업체에서의 혼란이 GSA 여행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고, 직원들의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GSA들이 이합집산으로 우왕좌왕하는 동안 본사는 한국 시장을 지켜보며 영향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
항공 GSA 문제가 몇몇 업체에서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J사의 경우 20여년에 가까운 GSA 계약이 종료됐고, D사의 경우도 내부 문제와 수익성 문제로 GSA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GSA 문제는 언제나 업계내 상존해 왔으나, 업체간 과다 경쟁으로 인한 최저 수준의 수익률,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및 변경으로 인한 한국 업체의 피해 등 다양한 현안들이 과거보다 더욱 잦아지고 있다. 무조건 유치하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리던 과거의 신화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본사와 GSA간 신뢰와 자본논리의 간극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10여 년전만 해도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 받았던 항공 GSA가 갈수록 어려움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으로는 GSA에 대한 본사의 입장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항공 본사가 로컬 전문성이 떨어져 한국 GSA에 대한 의존도가 강했다. 과거에는 한국 여행산업 외형이 큰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 본사가 직접 시장을 운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다년간 GSA와의 정보 교류가 진행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본사의 전략 파악이 가능해졌다. 그 와중에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이 기조적인 팽창세를 보이면서 한국 시장 매력도가 크게 올라갔다. 본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학습된 시장을 굳이 GSA를 통해 운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판매 채널의 변화도 GSA 체제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왔다. 과거 GSA는 본사의 모자란 B2B 능력을 전담해주는 역할이 컸다. 한국 시장의 경우 여행사 및 패키지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GSA의 B2B 역량이 판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고 항공권 판매에서 B2C 및 직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본사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여행사 항공권 판매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GSA의 B2B 역할 또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B2B 판매 비중이 높은 지역은 GSA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단거리 구간의 경우 B2B 판매가 급감하고 B2C-직판 판매 비중이 급등하면서 GSA들의 설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항공 GSA 관계자는 “지금은 한국 시장이 외형이 많이 커진데다, GSA간 과당경쟁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면 시장 방어차원에라도 직접 본사가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 대해 본사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그만큼 GSA를 통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GSA에 맡기기만 해도 돈이 떨어졌지만, 요즘 본사들은 GSA를 믿기보다 직접 시장을 컨트롤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GSA 시장을 보면 신규 인력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인력 공석이 있다고 해고 대부분 GSA 잔뼈가 굵은 소수 인원이 돌고 도는 형태로 보수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또 본사가 GSA의 운영에 대한 운신의 폭을 줄이고 본사 직속 키맨을 통해 GSA를 관리하는 ‘하이브리드’형 운형 형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GSA에 본사 임명 한국인 지사장을 등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본사의 입장 변화를 잘 드러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A이면서 본사 직속 한국 지사장을 뽑는 것에 대해 본사가 ‘경비 절감’과 ‘운영 감시’ 두 가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본국 지사장을 뽑아 한국에 상당한 체류비와 연봉을 주면서 상주 시키느니, 한국인 지사장을 본국 직속으로 뽑아 경비도 줄이고, 부진한 GSA 운영에도 직접 감시·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본사에서 임명한 지사장들의 평균 연봉은 과거 지사장 대비해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의 GSA와의 밀당 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GSA 관계자들은 지사장들의 추세적인 급여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GSA 직원과 후배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일각 최근 일어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GSA 입지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극단적으로 GSA가 항공 본사들의 인력 중개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본사가 대부분의 운영을 컨트롤하면서, GSA는 본사가 필요로 할 때 인원을 뽑고, 필요 없으면 해고해버리는 인력 운용 수준의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십수년간 GSA에 몸담은 관계자는 “최근 본사의 GSA 간보기가 더욱 심해졌다. GSA 직원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GSA도 문제가 없진 않다. 영어조차 아예 안 되는 무능한 직원을 뽑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현상 유지 하느라 GSA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