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성수기 이상으로 실적 기대감이 컸던 ‘5월 가정의 달’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다. 5월은 어린이·어버이날·석가탄신일이 연이어 있어 황금연휴로 분류돼 왔다. 여행시장도 수년전부터 7·8월 성수기에 앞선 5월을 특수(特需) 기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왔다. 휴가 문화 확산과 가족여행객 급증으로 5월이 여름 성수기 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하지만 막상 5월이 시작되자 여행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
<강세희 기자> ksh@gtn.co.kr
외형만 늘고 수익 줄어과거 7·8월 여름성수기 장사는 여행사들에게 일 년을 먹여 살리는 호기로운 시기였다. 하지만 요즘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달라진 성수기 풍경을 체감하고 있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성수기는 ‘물 반 고기 반’ 일 정도로 어렵지 않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시기였다.
일부 여행사는 여름 성수기 매출이 80%가 넘어가는 등 성수기 의존도가 심했다. 그만큼 성수기는 여행업계에서 보장된 백지수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여행업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거시적인 휴가 정책이 집중보다 ‘분산’에 맞춰지기 시작했고, 때로 몰려다니던 ‘비싼 성수기 패키지 관광’보다 ‘저렴한 비수기 개별관광’을 선호하는 여행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들의 성수기 판매가 주춤해지는 이유에는 개별여행 증가와 비수기 판매 활성화라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 특수로 여겨지던 여름-겨울 성수기 실적이 얇아지고, 봄-가을 모객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수요가 휴가 및 여행 트랜드 다변화로 봄-가을 시즌으로 분산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수년간 5월 가정의 달은 여행사들에게 실망을 준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외형은 어떻게 늘었는데, 실질적인 수익은 기대 이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5월 막판 수요가 남아 있지만 현 상태에서 실적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5월 초 기준으로 여행사들의 모객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 일본 지역의 경우 4월 중순 구마모토 지진 이후 여행사들이 손을 아예 놓은 상태다. 일부 지역 모객 감소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전체 실적 악화는 피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일본 지역은 5월 초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50~60% 수준의 모객 감소를 보였다. 여행사별 일본 모객 비중은 다르지만 보통 종합여행사 전체 모객 중 10~20% 수준을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유럽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테러 등 각종 악재로 고전을 겪었지만 유럽지역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견고한 실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5월은 비켜갔다. 여행사들은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럽 상품을 대거 내놓았지만 전년 대비 대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럽 모객이 증가한 일부 여행사도 있었지만 전년대비 10~20% 모객 감소가 일어났다. 동남아 지역은 그나마 마이너스는 면했다. 결국 마지막 보루인 동남아 지역에서의 대박도 물 건너가면서, 전체 실적은 기대보다 초라하게 나왔다.
5월 가정의 달 여행 인기와 실적이 예전만 못하단 사실은 여행사들의 상품 가격과 세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행사들이 가정의 달 특선으로 선보이는 상품은 실효성을 잃고 경쟁력을 잃고 있다. 5월이 성수기라는 말과 무색하게 덤핑·저가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동남아 지역은 5월이 채 가기도 전에 10만원대 상품이 즐비하고, 100만원대 유럽 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여행사들도 5월 가정의 달 실적에 대해 기대감을 접는 모습이다. 갑자기 정해진 탓에 5월6일 연휴효과가 거의 없었고, 상품 세팅도 지난해와 달라진 게 크게 없는데 수익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저렴한 상품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듣기로는 연휴기간 국내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6배 급증했다고 들었다. 해외여행은 갈 사람만 간다. 5월 이라고 추가로 모객이 빠르게 늘어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5월의 실적 하락 추세가 일어나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월 일본 지진 이후 그렇다할 모멘텀이 없었고, 미주 등 일부 장거리 시장의 인기가 전체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경기 회복세가 요원해지면서 실적 정체를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의 인기가 수년만에 한계를 드러낸 것에는 ‘가족여행 시장’의 위축이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사적으로 진행했던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나 아동 1인 무료 등 프로모션이 개별여행 수요로 빠지면서 수익 내기가 점차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부 사립학교들이 학교 재량 하에 이원화된 방학 정책을 실시하면서 기존 고정적이었던 가족여행객의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굳이 5~6월에 출발하지 않아도 학교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가족 여행객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 여행사 부장은 “가족 여행객들의 패턴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이들의 예약 리드타임도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며 “손님들의 예약 시기가 빨라지면서 예약자가 더 늘어갈 가능성은 있으나, 앞으로 5월 시장에 대한 여행사들의 기대감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