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A 업계가 갈수록 가혹해지는 본사 횡포에 어지러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본사와 GSA가 시장 확대를 위한 파트너 관계로서 상생을 최우선시 했지만, 최근에는 정확한 갑(甲)과 을(乙)의 이익관계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특히 GSA업계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업무 전문성보다 로비와 내부거래로 인한 커넥션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본사의 ‘간 보기식’ GSA 입찰 증가로 업계의 시름은 늘고 있다.
<양재필 부장> ryanfeel@gtn.co.kr
<조재완 기자> cjw@gtn.co.kr
> 파트너 상생 ‘옛말’… ‘갑VS을’ 관계 고착화
> ‘전문성·히스토리’ 무시… 로비·내부거래 ‘난무
’GSA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본사의 ‘변심’이다. 본사가 돌아서면 계약에서부터 입찰 선정 자격 효력까지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본사의 기업 정치적 상황과 재정계획에 따라 GSA 재선정이 추진되는데, 본사에서는 일상적인 변경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파장은 엄청나다. 특히나 한 본사와 GSA 관계를 십수년 이상 유지해온 업체의 경우 GSA 재선정 충격은 더욱 크다. 모든 역량이 해당 관광청이나 항공 업무로 집약돼 왔는데, 본사의 갑작스런 GSA 계약 철회와 재입찰 공지는 회사를 닫으라는 것과 차이 없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GSA 재선정은 본사의 재량이지만, 애매한 계약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논란이 되는 곳은 괌 관광청이다.
새로이 선정된 괌 관광청 한국 사무소의 입찰 과정과 업체 적합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다수 관광청 본청들이 추진하는 GSA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하고 있다.
괌 관광청은 지난해 11월 한국사무소 재선정 계획을 알린 후 올해 2월까지 경쟁업체들의 제안서를 접수 받았다. 심사 결과 에이치아이씨(이하 HIC)가 새로운 괌 관광청 한국GSA로 선정됐고, 4월부터 공식 개소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현재 HIC는 지난 달 1일부터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GSA 재선정 발표가 났지만 기존 괌 관광청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온 티엘케이마케팅 주식회사(이하 TLK)는 GSA 사업자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TLK는 “이미 GSA 업계에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로 이번 계약 역시 관광청이 공정거래법을 따르지 않은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며 “입찰사 모두 공평한 경쟁의 장에 서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HIC 측은 “본청이 TLK측에 당사로 업무인계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TLK가 연락이 닿지 않아 전혀 인수받지 못해 당사도 피해를 입었다”며 “정당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당사가 이와 관련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없다. 본청과 TLK가 풀어야할 문제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2~3년간 GSA 재선정과 급작스런 변경이 줄을 이은 것은 GSA 업계 생태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현지 GSA가 지역 전문성을 가지고 정보력에서도 본사 우위에 있었다. 본사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GSA를 교두보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 보니 적정한 자금 정책과 더불어 GSA에 대한 역할 존중이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항공이든 호텔리조트 등 글로벌 라이벌 기업들이 빠르게 경쟁 강도를 높이면서, 실리 추구와 생존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됐다. 또 본사도 과거와는 달리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 습득 능력이 향상되면서 해당 지역의 GSA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본사의 GSA 재선정 의도는 두 가지로 분명해졌다. 첫째는 ‘정보 습득’이다. GSA 재선정을 공지하고 입찰 선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여행시장 정보를 취합하게 된다.
GSA 업체들은 적게는 십여일 많게는 몇 달간 GSA 입찰 선정을 위한 자료 수집과 발표에 집중하는데, 본사 입장에서는 입찰 과정에서 생기는 자료들이 상당히 고급 정보로 유용성이 많다. 장기적으로 시장 파악을 하는데 핵심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격만 되면 최대한 많은 업체를 비딩시켜 자료를 수집하고, 내정된 업체로 선정하는 식의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최근 GSA 재선정을 자주 시도하는 두 번째 이유는 ‘마진 경쟁’이다. 기존에 한 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다보면 업체가 올바른 자금 책정을 시행하고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는지 분별하기 어려워진다.
또 GSA에 제공하는 자금과 커미션이 어느 정도 높은지도 알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간보기식으로 GSA 재선정을 통해 기존 업체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을 부추겨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GSA 재선정은 본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한국 시장 정보도 얻고 수수료도 낮추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겪이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시장 GSA 업체들의 평균 마진율은 1.3% 수준. 일본이나 중국 등 타 지역 평균 3~5% 대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상황이다. PR마케팅 업체 및 중소형 신규 GSA 업체들의 진입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GSA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본사의 비합리적인 GSA에 대한 횡포도 더욱 늘어날 소지가 높다.
외항사 GSA 관계자는 “본사가 갑의 입장이니 구미에 맞게 GSA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벗어나 단순히 재정적인 관계나 커넥션에만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잃는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GSA들도 무조건 많고 저렴한 수주에 목맬게 아니라 제대로 된 GSA 운영을 통해 본사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