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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호 2026년 05월 18 일
  • [기자수첩] 완벽한 ‘1등 가족’, 실종된 ‘1등 미덕’



  • 윤영화 기자 |
    입력 :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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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경영가(家)가 잊을만하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소식이 연일 계속되며 별 다른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지난 3월 중순이었다. 이번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페이스북 댓글이 대한민국 ‘을(乙)’들의 분노를 샀다.


기자가 만난 항공사 직원들 역시 조양호 회장의 발언에 조소 섞인 농담을 던지기 바빴다. “댓글을 세 번이나 수정했다는데 그런 표현이 남은 걸 보면 진심인 것 같다”, “‘땅콩 회항’에서도 나타났지만 정말 대단하신 집안인 것 같다” 등 가감없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인기 검색어를 들여다보던 기자도 문제의 페이스북 댓글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그룹사의 회장이 어떤 생각으로 경영을 하는지 너무도 솔직히(?) 들여다본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파업 조종사들을 비난하는 조양호 회장의 댓글에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이 함께 분노한 것은, 결국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노-사 관계를 절절히 실감했기 때문일 터다. 여기에 과거 조현아 부사장의 행적이 겹쳐지며, 갑을관계에 대한 분노 역시 다시금 떠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 내부에서 보자면,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닥친 내우외환으로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더 경영을 잘 한 것처럼 보이는 반사이익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발언으로 대한항공 비판에 더 무게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한 사태의 심각성도 잠시, 역시 1등 가족은 1등답게 노조의 반론이나 외부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 측에서 얼토당토않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회장님 찬양’에 불을 붙이고 있어 황당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이사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장으로 선임됐다. 갑자기 얌전해진 언론에서 역시 ‘조원태 시대’에 가까워졌다며 호들갑을 떨기 바쁘다. 감히 조양호 회장의 페이스북 발언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민 진에어 전무의 과거 행적이나 ‘땅콩 회항’을 엮어, 1등 가족에 흠집을 내는 발언은 극히 드물다.


얼마 전 간담회를 진행한 에릭 존 보잉 코리아 대표도 대한항공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 관계도 과시했다. 기자 한 명이 듣다못해 “조양호 회장과 정말 친한가. 최근에 그를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가”하고 농담조로 캐묻자, 그제야 여론을 의식했는지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조양호 회장의 발언이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공감을 살 만한 일이었을까 곱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업인의 첫 번째 덕목은 ‘경영을 잘 하는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제기되는 갑 질 의혹에도 당당한 1등 가족의 태도에서 경영자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어차피 지나가는 비판에 그칠 것이라며 매번 눈 감고 귀 닫은 채 높은 실적만 홍보하는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항공사다. 그만큼 큰 사회적인 책무도 떠맡고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1등 가족이 ‘1등 미덕’도 갖춰, 더 이상의 사회적 논란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화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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