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유럽 실적이 하락세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만큼은 유럽이 가장 ‘잘 나가는’ 분위기다.
홈쇼핑사의 매출 전략과 여행사의 좌석 소진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전에 없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파리 테러사건 이후 침체된 유럽 시장은 아직까지 완연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주요 여행사 중 하나투어는 지난 1월에 유럽 송객 실적에 27% 줄었다고 발표했다. 모두투어도 유럽 송객 실적이 25%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 노선 중 이스탄불과 파리, 프랑크푸르트, 헬싱키 등으로 향하는 노선은 12월 이후 운용 좌석을 대폭 줄였다. 좌석 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유럽 노선의 탑승률은 매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다수의 업체가 동남아와 중국, 일본 지역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독 홈쇼핑 방송편성표에는 유럽 상품이 대거 포진해있다.
주요 홈쇼핑 채널 상품의 절반이 유럽이며, 특히 동유럽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3주차와 4주차에는 동유럽/발칸 상품이 각각 가장 높은 콜수를 기록했고, 2월1주차는 설 연휴로 홈쇼핑 방송이 주춤했으나 여전히 유럽 지역이 전 여행 상품 15개 중 6개나 차지했다.
이같이 유럽이 홈쇼핑에서만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유럽 판매단가 자체가 낮아져 호응도가 높아진 점도 있지만, 홈쇼핑사가 매출 실적을 올리기 쉬운 유럽을 선호하는 것도 한 몫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홈쇼핑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여행 상품 부문에서도 판매 단가가 높은 장거리 지역만 선호한다.
중국, 일본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홈쇼핑들은 지난 해 메르스(MERS), 가짜 백수오 사태 등의 악재와 함께 모바일 쇼핑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홈쇼핑사들이 판매 수수료를 한 번에 많이 챙겨갈 수 있는 유럽 지역을 중국, 일본 등 판매 단가가 낮은 단거리 지역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모 여행사 중국팀 팀장 역시 “한 대형 홈쇼핑 업체는 유럽 외에는 아예 안 하려고 한다”며 상대적으로 판매 단가가 낮은 중국 상품을 홈쇼핑에 내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여행사들 역시 ‘골칫덩이’로 전락한 유럽 지역의 실적을 채우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홈쇼핑을 지목하고 있다. 양 업계의 전략이 맞물려, 유럽 비수기 시즌에도 홈쇼핑에서만큼은 유럽 상품이 넘쳐나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비슷한 일정에 가격으로만 경쟁적으로 홈쇼핑에 참여하고 있어 유럽 상품 자체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유사상품에 비해 자사의 상품이 얼마나 특전을 추가했는지의 여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모 여행사 유럽팀 팀장은 확대되는 단일 지역 상품에 대한 수요에 주목하며, “홈쇼핑이라는 채널을 전형적인 코스가 아닌 새로운 코스를 계속해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는 채널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