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떤 산업보다 정치·경제적 이슈에 흔들림이 심한 여행업계에는 올 한 해 역시 쉽지 않은 해였다. 메르스, 파리테러 등 예상치 못한 사건에 크게 출렁였고, 그 와중에도 자체 경쟁력으로 비상하는 채널과 업종들이 있었다. 여행업의 악재는 언제나 상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 한해 여행업계를 흔들었던 이슈들을 조명해봤다. <공동취재팀> gtn.co.kr
‘예상치 못한 큰 타격’ MERS
지난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두달 정도 잠깐 위세를 떨쳤지만 여행업계 남긴 상흔은 예상보다 컸다.
초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일본 등 한국 관광을 꺼려하는 인바운드 수요에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확산 속도와 치사율이 높아지자 아웃바운드 수요까지 여행 기피현상이 심화됐다. 메르스가 7,8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발생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6월부터 예약 취소가 들어왔고, 7,8월 문의도 급감했다.
항공기 내부에서 감염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항공사들의 탑승률이 급감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 일부가 단항까지 결정했다. 항공사들의 여객 위축 분위기는 9월까지 이어졌고, 항공사들의 연간 실적도 예상보다 침식됐다.
해외여행객 1800만명 시대
여행업계를 뒤흔드는 내우외환에도 불구하고 여행업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연간 해외여행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한 이후 10년 만에 18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연간 수치는 다 집계가 되지 않았으나, 통계학적인 접근법으로 올해 총 해외여행객을 추정했다.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평균 성장률은 전년대비 18.8%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름 성수기가 끼어있어 평균치가 다소 높게 나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본지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4분기 성장률을 합산 평균한 수치로 올해 해외여행객 잠정 수치를 계산했다. 5년간 4분기 성장률은 13.15%였다. 이를 지난해 해외출국객에 적용하면 1819만5294명이 나온다.
해외출국객 연간 변화 추이를 보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여행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1300만명이 넘었던 해외여행객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00만명 아래로 급감한 것이 좋은 예다. 2010년은 기저효과로 30%가 넘는 출국객 증가가 있었고 2012년 이후로는 10%대의 외형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해외출국객 2000만명 돌파가 현재 분위기라면 2~3년내 가능할 수도 있으나, 확신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데 따른 경제적 파장과 내년 총선, 내 후년 대선까지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지며 여행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국제선 연간 여객 규모의 경우 2006년 3000만명을 넘긴 후, 2010년에 4000만명을 넘겼고, 2013년에 5000만명을 넘겼다. 1000만명 경신 수치가 더 짧아지는 양상으로 올해는 지난해 대비 7% 정도 성장한 연간 6000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의 활약과 외항사들의 한국 노선 공략 강화로 공급좌석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른 여객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단가 하락으로 항공사 수익성 측면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판매 투톱 ‘소셜커머스·홈쇼핑’
올해 업계는 홈쇼핑과 소셜커머스와 협업하며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모객이 보장되는 여행상품의 확실한 판매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덤핑으로 얼룩진 저가 대란, 공정위 과태료 부과, 커미션 갑질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소셜커머스의 경우 여행사와 커미션 문제를 두고 눈치 싸움을 비롯한 밀고 당기기를 지속함에 따라 업계의 침투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소셜커머스는 최근 소비자들이 갈수록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추세를 감지해 FIT, 에어텔 상품 판매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단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최신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연함까지 발휘하고 있다.
A 업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특정 지역에만 소셜 커머스에 상품을 세팅시켰지만 올해 그 물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괌, 푸껫 위주의 전 지역 상품을 40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여행상품 판매 채널의 두 축인 홈쇼핑의 인기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행사의 홈쇼핑 의존도는 메이저급 여행사를 비롯해 2군 여행사에 집중돼 있는 형국이다. 방영 횟수나 관련 채널도 늘리려고 하는 추세다.
업계는 여행사의 판매 채널로 완벽히 자리 잡은 소셜커머스와 홈쇼핑이 내년에 더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에 한 달에 1~2번 방영됐던 홈쇼핑 방송이 최근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 시간대에 10편 이상이 방송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행 관련 홈쇼핑 채널이 확장되거나 여행사가 자체적으로 홈쇼핑 채널을 개설하는 등 풍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다수 관계자들은 소셜커머스와 홈쇼핑 채널에 대한 인식이 역전되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과거에 광고 홍보 효과와 블록 소진, 실적 압박 등의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셜커머스, 홈쇼핑 채널을 이용했었다면 이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굳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LCC ‘초고속 성장의 해’
올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풀 서비스 캐리어(FSC)를 넘보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간 5개 국적 저비용항공사들의 상승세가 완만하게 이뤄지면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면, 2015년에는 목표치를 달성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킨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최대에 달했다는 평이다.
기단 확대에 따른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도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여객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도 되지 못했지만, 노선을 늘려가면서 점차 성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2011년과 2015년 점유율 증가율은 10%p에 가깝다. 당장 지난 10월 국제선 여객 점유율 증가율만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5%p가량이 증가한 15.2%로 나타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비해서도 경영을 잘 했다는 점은 대외적으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1월6일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상장하면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보다 월등히 높은 시가 총액으로 화제가 됐고,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앞다퉈 상장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