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은 상처 터진 인천공항
‘수하물 대란’ 파장
수용능력 한계
시설도 비효율
낙하산식 인사
정치화된 조직
개선요구 ‘묵살'
인천국제공항이 ‘수하물 대란’으로 골치를 겪으면서 그간 묵혀왔던 문제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까지 개입됐다는 의혹이 짙게 형성되면서, 업계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은 수하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하물 시설의 과부화로 160여 편의 항공기가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에 승객 짐 5200여 개를 싣지 못하고 항공기가 이륙하며,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인천공항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공항공사에 손해배상 청구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이 몰릴 우려가 짙은 연말연시에 이 같은 문제가 터지면서 업계에서는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 거세다. 공항 측에서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리면서 생긴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미 인천국제공항의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제 1여객터미널의 수용한계는 4400만 명이지만, 지난해 이용객은 무려 4922만 명으로 추산된다. 임계치보다 500만 명가량이 더 붐비는 공항을 오간 것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용객에 비해 공항 측 시설 역시 비효율적으로 방치됐다. 대표적인 것이 주차장 문제. 인천국제공항 인근에는 사설 주차대행업체가 난립해 있으며, 공항공사에는 사법권이 없어 이를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공항공사가 승인한 공식 대행업체는 1곳에 불과해, 불법 사설 대행업체가 없이는 정상적인 공항 운영 자체가 힘들다. 대부분 사설 업체의 하루 기준 주차비는 20~30% 저렴하지만, 차량 파손이나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 처리 등 사실상의 보상이 불가능하다. 애꿎은 공항 이용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인천공항에서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주차 타워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오픈하자마자 극심한 혼잡으로 폐쇄를 반복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은 단기 주차장 요금을 올리며 해결을 도모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폭발적인 교통량을 통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항사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슬롯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슬롯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적 항공사와는 차별적인 시간대를 부여받는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공항공사 측에 슬롯 증대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A 외항사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가장 ‘핫한’ 시간대로 분류하는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외항사는 손에 꼽힌다. 혹은 있더라도 국적 항공사들과 공동운항을 하는 항공사인 경우가 다반사”라며 “공항공사가 국적 항공사를 ‘편애’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정치적 사안이 얽혀있다는 ‘의혹 아닌 의혹’이 드러나면서 항공사들 사이의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항공사들이 인천공항에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들이 공항공사가 지나치게 정치화됐기 때문에 묵살됐다는 주장이다.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12월19일 4.13 총선을 위해 사장직을 내놨다. 박완수 전 사장은 당시 임기를 1년10개월 앞둔 상황이었으며, 취임 전에도 공항 업무 경력이 전무했다. 박 전 사장뿐만 아니라 초대 사장을 제외하고 공항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사장직을 맡아 왔다.
박 전 사장의 전임인 정창수 전 사장의 임기 당시에는 지지부진한 일 처리가 문제가 등장했다. 지난 2014년 2월 강원도 도지사 선거를 위해 사퇴한 정창수 전 사장의 임기 중에는 면세점, 은행, 식·음료 매장 등 공항 시설 입찰이 최대 9개월 동안 지연됐다.
현재 인천공항공사의 사장직은 공석으로 남아있으며, ‘사장 직무 대행’ 체제로 근근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사장의 사퇴 당시 사장직이 7개월 동안 공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사장이 비워둔 자리가 얼마나 장기화 될지는 짐작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인천공항 사장직을 탐내는 이유가 ‘정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이번 사태를 비롯해 그간 인천공항 운영에는 실질적인 문제점이 많았다. ‘1등 공항’이라는 자만심에 자리에 앉은 사장들도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비판하며 “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과 공항 인프라 확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마무리해도 62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하는 것에 그친다. 1억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나라 공항에 비해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장 다가올 2월 구정 성수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번에 터진 수하물 대란으로 컴플레인 뭇매는 항공사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지만, 인천공항에서 이렇다 할 묘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 측에서는 비상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대란이 ‘시설 과부하’로 생겼던 만큼 처방전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