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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호 2026년 05월 18 일
  • [기자수첩] 상도덕 실종



  • 고성원 기자 |
    입력 : 2016-07-27 | 업데이트됨 : 1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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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適者生存)을 넘어 혁자생존(革者生存), 속자생존(速者生存)을 이뤄야한다”는 말이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자생존으로는 부족한 사회가 도래해 이제는 혁신하고 더 빠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행업계에서도 약육강식의 논리는 예외일 수 없다. 끝날 줄 모르는 경쟁에 이어 하루가 갈수록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쟁의 현장에서 가끔 상도의가 실종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업계 초년생으로서 환멸을 느끼곤 한다.


얼마 전 한 랜드사 소장이 ‘사업가와 장사꾼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가와 장사꾼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업가는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지만, 장사꾼은 내가 먹을 파이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나본 어느 랜드사 소장은 여기서 말하는 사업가의 마인드가 충분하다고 느꼈어도, 기자의 소양이 부족했던 탓인지 거래 여행사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장사꾼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모 여행사 직원은 “메인이 아닌 거래 랜드사들의 가격도 시시각각으로 묻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여행사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만, 타 경쟁 랜드를 죽이려는(?) 모습이 심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도 랜드사에서 할 수 있는 일종의 영업 방식이며 적자생존의 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경쟁 랜드사의 모객 현황표를 그대로 베끼기를 한다거나, 여행사 직원들에게 하는 영업 멘트도 경쟁 랜드보다 무조건 싼 가격으로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오탈자 하나까지 그대로 베낀 일정표와 모객현황표를 보고 오죽 여행사 관계자들도 ‘아니다’ 싶었으면 해당 랜드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까. 더 심한 경우는 세무조사에 취약한 랜드사들의 실정을 잘 알고 경쟁 랜드를 신고하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피할건 피하고 알릴건 알린다’는 PR의 전략이겠지만, 기자가 취재 요청을 할 때면 오히려 경쟁사의 자료부터 내놓으라는 심보를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 여행사의 경우 타 여행사에서 같은 직급의 직원을 스카웃 해오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더 유능 직원을 스카웃 해왔으니 나가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경쟁을 벌이는 생존 전략이겠지만,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키는 모습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지난 주 세간의 관심은 오로지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9단 간의 대결에 집중됐다. 하지만 그 이전 이세돌 프로 9단의 경쟁자가 인공지능 알파고가 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들 엎치락뒤치락 순위다툼을 벌이는 바로 옆을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지금 당장 내 파이를 빼앗아가는 경쟁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라도 예상치 못한 경쟁자는 나타날 수 있다.


차라리 포기해도 또 포기할 것을 찾고 있는 모습보다는 선의의 경쟁이 더 나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약육강식의 질서를 뒤엎는 반란의 현장도 기대한다.

 

<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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