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다 내고 불평 하나 제대로 못하는 여행사들이 오는 3월1일부로 인상되는 방송료 인상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매년 방송료는 인상돼 왔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확정된 통보에, 비싼 방송비의 본전도 뽑지 못하는 상품들이 더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A여행사는 지난 설 연휴 직전에서야 오는 3월부터 방송료와 수수료가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장 200~400만원의 방송 투입비가 더 들어가게 되고, 수익금에 대한 수수료도 1%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특히 방송 가격대가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일요일 저녁 시간에는 5000~6000만원까지 방송료가 뛸 예정이어서 향후 예산 문제에 부닥칠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방송 스케줄은 다 잡아놓은 상태인데,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말만 흘려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며 “이제 와서 편성된 방송을 줄일 수도 없고, 갑자기 방송료를 더 내자니 솔직히 대안도 없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홈쇼핑측에 값비싼 방송료를 다 지불하며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이의 제기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어디선가 나온 불평이 소문을 타게 되면 금방 홈쇼핑 쪽으로 흘러들어가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 및 과장광고 한 TV홈쇼핑 업체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여행사들에게 홈쇼핑 관련 진술을 요청했으나, 여행사들이 ‘이상무’ 답변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무기명을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누군지 뻔히 안다’는 우려 때문에 진술을 회피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여행사들은 방송료 인상에 대한 이의 제기는 고사하고, 홈쇼핑의 ‘입맛에 맞는’ 상품 내기에도 바쁜 입장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한 방에 고실적’을 낼 수 있는 유럽상품을 선호하면서 중국, 일본 등 단거리 상품은 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요일 오후 시간대는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유럽 외 지역은 판매를 꺼려해, 타 지역 영업팀은 홈쇼핑에서조차 판매슬롯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여행사뿐만 아니라 홈쇼핑 업체끼리도 실적 싸움을 벌이니 동시간대 더욱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MD끼리도 서로 경쟁이니 다른 채널이 유럽을 판매할 때 본인들도 유럽을 판매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며 홈쇼핑 채널들의 경쟁에 여행사들의 판매상품도 좌지우지 되는 상황을 꼬집었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