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기 전까지 여행사 및 여행사직원들의 주 업무는 신원조회부터 여권발급, 비자발급이 주요 업무였다. 오랜 시일이 걸리는 수속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가 직원들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재무부장관을 지낸 故송인상회장의 여권과 미국비자 관련된 정말 잊지 못할 일화를 소개한다.
국제 로타리클럽 한국지부 365지구 차기 총재로 내정된 송회장은 시카고로 건너가 교육을 받아야 총재 인준을 받을 수 있었다. 여권 및 미국비자 등 발급하고 항공예약도 다 끝내 출국수속만 남은 상황에서 출발 2일전 송회장 부부의 여권이 분실되었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여권을 찾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송회장 비서실에 통보하고 분실로 인해 발생되는 책임론은 나중에 묻기로 했다. 송회장께서는 로타리 365지구 총재가 되시기를 오래 전부터 노력 하신 터라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여권 미국비자를 받아 출국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만 했다. 송회장께 보고를 하냐 아니면 보고를 안하고 처리를 하냐라는 문제를 가지고 비서실과 상의 후 급한 대로 송회장 부부의 지문을 받으러 한남동 자택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송회장께 상황을 보고 드리자 화를 내시면서도 걱정스러워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침 일찍부터 필요한 구비서류를 준비해 평소에 안면이 있던 치안본부 신원반 담당자한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으신 분이니 사전조회필을 먼저 한 후 추후 통보 해주는 방식으로 하고 여권서류를 구비해서 당시 대학 선배인 여권과 담당계장 한테 가서 2시간만에 여권을 발급받아 송회장 비서실로 가서 준비된 미국비자 서류를 챙겨 대사관으로 갔다.
다행이 송회장께서 한미우호협회 회장으로 재직 하고 계셔서 이미 대사관에 다 통보 해두어 바로 시간에 관계없이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어 하루 만에 모든 수속을 끝내고 다음날 무사히 출국했다. 출국 하는 날 공항에서 송회장은 “힘든 일들 했구만”이라고 격려하면서 출국하시던 모습 또한 지금 선하다. 아마 하루 만에 신원조회, 여권, 미국비자 발급 까지 다 끝낸 것은 나의 기록이기도 하고 그 당시 최고 기록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사건이 있은 후 인솔자로 해외에 나갔을 때 여권은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됐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으로 해외 땅을 밟아본 팸투어였다.
싱가포르항공이 지난 1975년 5월 서울∼싱가포르노선에 첫 취항하면서 여행사 실무책임자들인 대리, 과장, 부장 등 25명을 선발해 팸투어를 진행하면서 타이베이를 거쳐 싱가포르에서 처음 여행을 해 본 것이었다.
지금이야 아프리카 몇 개국 빼고 전 세계를 안 가본 곳이 없지만 그때 처음 해외라는 곳을 가본 기억은 지금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끝으로, 여행업계에서 반세기동안 경륜을 쌓고 보니, 지나온 시절들을 교훈삼아 요즘 여행시장을 이끌고 있는 후배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학실력도 높이고 여행지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고 고객응대도 진심어린 봉사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는 수속업무가 여행사의 모든 업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전산화로 인해 이러한 과정이 모두 사라져 업무가 한결 편리해 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인솔자나 가이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정작 요즘 세대들은 ‘내 손님’이라는 책임감이 덜 한 느낌이다.
문제만 안생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들만 가지고 있다 보니 고객들에게 진정성이 덜 전달되는 것 같다. 고객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각자의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고객응대에 다소 부족한 것 같다.
<류동근 국장>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