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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호 2026년 05월 18 일
  • [GTN 칼럼] ‘진정한 사과’ 없는 대한민국



  • 조재완 기자 |
    입력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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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자신을 몰라 본다”며 건물 문을 잠궜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한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사건 3일이 지난 후에야 홈페이지에 달랑 사과문 팝업창 하나를 띄웠다. 온 국민이 그의 사과문을 보았지만 오히려 진정성이 부족한 그의 글은 ‘사과’의 의미를 모독 하는 듯하다.

 

4월18일, 급작스레 마련된 기자회견장. 취재진 앞에 선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이마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첫 피해사례가 발생한지 5년 만이다.

 

5월이 돼서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의 뒤늦은 사과는 최근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한 대국민 사과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양유업 ‘갑질’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사라진걸 보면 어차피 옥시 불매운동 또한 한순간이 아닐까 싶다. 잊혀지는 데 1년이면 해결되는 것 같다. 그들도 온 국민의 망각증상을 기대하고 5년 동안 함구했을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과 사무장 폭행으로 사과했고, 김만식 몽고간장 회장의 기사 폭행사건과 갑질, 정일선 현대家 사장의 ‘갑질매뉴얼’에 기사폭행에도 진정성 없는 사과문 달랑 한 장. 합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을’의 입장에서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신세계 백화점 직원의 무릎사과…. 지금 대한민국엔 그 어느 때보다도 사과 풍년이다.

 

그리고 아직 하지 않은, 받지 못한 사과도 있다.

피해자들의 의견과는 상관없는 위안부 협상과 죄 없는 아이들을 데려간 세월호 가해자들의 진정성 없는 사과….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당은 122석을 얻으며 야당에 비해 1석 모자란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1당 지위를 내줬다. 이른바 ‘16년 만의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는 선거 과정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줄곧 ‘반성 모드’로 일관했지만, 처참한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무엇이 그들을 고개 숙이게 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진심으로 반성한 것일까.

 

특정 정치인이나 대기업 갑질에 의한 사과를 보면 특징이 있다. 제가 어떠한 잘못을 했건 사과드립니다(애매한 사과), 본의 아니게 잘못을 했을 수 있습니다(수동적 표현), 만약 실수했다면(조건부 사과), 크게 사과드릴 일은 아니지만(잘못 축소), 피해를 줬다니 유감입니다(교만한 태도) 등이다. 결론적으로 진실된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들의 삶이 불행하고 불쌍한 이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올바른 거다’라고.

정작 자신들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를 부정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의 사과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자 잘못이라는 것을 시인해야 한다. ‘전부’가 아닌 경우도 있고, 따지고 보면 한 사람이 모조리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에는 잠시 잊어야 한다. 사과를 하기로 했다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스스럼없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그것이 설사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1970년 12월7일. 독일 4대 수상 브란트는 폴란드의 유대인학살 상징비인 게토기념비 앞의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독일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유럽인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전 세계의 언론이 들썩였다. 독일은 2차 대전의 과오를 정리했기 때문에 유럽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실제 무릎을 꿇어야함에도 용기가 없어 꿇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꿇었다.

진정한 사과란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바로잡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사과도 골든타임이 있다. 사과를 실패하는 것은 실수와 잘못을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마음 때문은 아닐까.

 

2016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엔 沙果는 있지만 謝過는 없다.

 

 

김명섭

(주)여행114 대표이사

subi7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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