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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호 2026년 05월 18 일
  • [기자수첩] 여성시대는 없다



  • 윤영화 기자 |
    입력 : 2016-08-09 | 업데이트됨 : 6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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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사장이라도 남자 뽑는다.”

취업준비생 시절, 남자 동기들이 대기업에 턱턱 합격할 때 쓴맛을 본 여자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나누던 이야기다. 본인들도 여성이고 성별에 높은 프라이드를 갖고 있음에도, 취업이 캄캄한 벽에 부딪히자 자조 섞인 셀프 디스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가로막히는 일이 일상이니, 삼각형 내부조직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 임원의 비율은 극히 적어진다. 최근 모 언론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2.2%에 불과하단다. 아무리 여성 파워가 강해졌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치다.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여성 인사가 많은 업계지만, 여성 임원들은 쉽게 찾기 어렵다. 항공업계로 좁히면 그 간극은 더 커진다. 성차별(?)이 비교적 적은 외국계 항공사에서도 여성 임원들은 손에 꼽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도 가업을 이어받은 금수저 인사들을 제외하면 더 적어진다. 여성 임원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 지사장들이 2~3명에 불과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는 취재원의 절반 이상은 분명 여성이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업계가 유독 ‘여초’가 강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오죽하면 기자가 속한 본지도 평기자는 모두 여성이고, 다른 업계지들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그 많은 여성 직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임원급 미만에만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다.

 

최근 모 항공사 이사와 사담을 나누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사 관리로 넘어갔다. 남자들이 경제를 지배하던 시절을 보냈던 그 남성 이사는 여성인 기자에게도 과감한 성 차별적 언사를 숨기지 않았다.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렇게 편을 가르냐”, “남자들은 막 해도 알아듣는데 여자들은 하나하나 알려줘야 한다”, “여자들은 힘든 일은 떠넘기면서 권리만 주장한다” 등등.

 

기자의 입장에서 가감 없는 발언은 매우 환영이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잠자코 듣기만 하기에는 껄끄러운 내용임에 틀림없다. 동시에 왜 여성 임원들이 업계에 드문지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물론 모든 남성 인사들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업계에 영향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 편견을 뚫으라고 여성들을 독려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혹자는 말한다. 여행업계가 워낙 과업과 스트레스가 심한 것이 비해, 남성들에게는 지나치게 박봉이라고.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악조건들을 감수하고, 임원급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 여행업계에 남아있는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너무 서글프다.

 

사실 업계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낮은 것 역시 그리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실무자로서 모객과 영업, 발권을 담당하는 여성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간과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윤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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