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국제선에 가중을 두고 있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 가운데,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제3민항’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진에어는 올 1월에 들어서며 국적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국제선 좌석을 운용하고 있다. 본래 제주항공이 국적 저비용항공사 출범 이래 쭉 가장 많은 국제선 좌석을 운용해왔으나 지난 1~2월 2위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진에어는 36만5000여 석, 제주항공은 34만5000여 석을 국제선에 공급했다.
진에어의 국제선 좌석 운용은, 기존에 보유해왔던 B737 항공기들에 지난해 도입한 두 대의 중대형 항공기 B777이 더해지면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B737 항공기가 190여 석을 보유 중인 것에 비해, B777 항공기는 최대 400여 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 항공사의 기단은 제주항공 24대, 진에어 20대로 제주항공이 더 크지만, 진에어의 국제선 공급좌석이 더 많은 이유다. 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 ‘가장 많은’, ‘최초의’ 등의 수식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케팅 도구이자 홍보 도구”라며 “그간 저비용항공 1위 이미지를 제주항공이 선점하고 있었는데 진에어가 이를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선 운용좌석 외 두 항공사의 노선 경쟁도 심화되고 있지만, 판이하게 다른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진에어는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이 침투하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는 한편, 제주항공은 인바운드 수요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말 국적 저비용항공사 중 최초로 취항한 인천~호놀룰루 노선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김해~괌/우시 등 부산 출발 노선에 취항하며 다양한 노선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해~우시 노선은 국적 항공사 중 최초로 운항하는 곳이다. 오는 7월에는 인천~나리타 노선도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기존에 주력하던 동남아 노선과 중국 노선을 폭넓게 공략한다. 제주항공은 오는 6월 대구~지난 노선에, 7월 인천~삿포로/코타키나발루 노선에 취항한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항공자유화가 체결되지 않아, 저비용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취항에는 장애가 있었던 곳이다.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홍보모델로 선정한 이유 역시 중국인 인바운드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베이징, 스자좡, 웨이하이, 자무스, 칭다오 등 인천 출발 기준으로 저비용항공사 중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운용 중이다.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제주항공이 들어가면 그 지역 항공 운임이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제주항공의 영향력이 컸다. 그런데 최근 진에어 대표이사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선임되면서, 한진그룹에서 진에어에 힘을 더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진에어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이라며 “대기업을 등에 업은 두 저비용항공사가 승승장구하면서 저비용항공 업계도 양극화가 구축되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한편, 두 항공사는 최근 인천~타이베이 노선에 취항하며 기존 경쟁 구도를 가중시킬 조짐이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