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 소셜커머스·벤처회사로 전직
무너지는 인재풀… 업무만족도 높여야
“힘겹게 취업에 성공했으나 입사 후 맞닥뜨린 여행사의 현실은 다르다. 화려한 여행 산업을 꿈꾸었지만, 야근과 특근, 주말근무, 짧은 휴가만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는다. 지금보다 높은 연봉, 색다른 분위기 등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직을 결심한다”
실제로 이직에 나선 여행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사례다.
최근 연례행사처럼 여행업계의 이직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여행사 직원들의 이직 이유를 살펴보니, 연봉 이외에도 ‘비전, 복지, 분위기’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행사 직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규모의 여행사거나 규모가 작은 여행사를 선택하면서도, 대신 직급은 한 단계 정도 승진하는 형식을 취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직급 상승’이라는 명분과 더불어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여행사로의 이직이 아닌,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벤처회사로의 이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A 소셜커머스 여행팀에서는 해외 MD 7명 중 6명이 모두 여행사 출신이었으며, 대부분 중견 여행사 팀장급 이상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오픈마켓에서도 ‘여행사 출신’ 타이틀을 가진 직원들이 대거 모집됐으며, 벤처회사들도 90% 이상 여행사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해외여행팀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벤처회사 입장에서는 IT인프라를 토대로 시스템을 구축해 여행사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 영입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행관련 벤처회사 P사에서는 직원의 10%가 소셜커머스 출신이며, 이외는 여행사 직원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도 중간급 이상 간부부터 실무진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소셜커머스, 벤처회사로 이직한 직원들이 여행사로 다시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기존 여행사와는 다른 분위기와 복지를 예상했지만, 여행사 직원들이 대거 운집돼 벤처에서마저도 분위기 탈피가 어렵다는 이유다. 또한 소셜커머스와 벤처회사 사이에서도 출혈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신뢰관계와 소속감 구축이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소셜커머스에서 다시 여행사로 돌아온 관계자에 따르면, “여행사와 다른 유연한 분위기일 것 같아 이직을 결심했으나, 기대와 달리 여행사의 보수적 문화가 그대로 유지돼 소셜에서 역시 미래가 어두워보였다”는 전언이다.
역으로 여행사에서 소셜커머스 직원들을 스카우트하는 비중도 높아져 눈길을 끌었으나, 대체적으로 과거보다 이직이 더욱 잦아져 여행업 자체의 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벤처회사들은 여행 채널에 불과하다. 때문에 아무리 여행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직원들도 그 역량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직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사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짧아지고 있어, 네트워크 관계가 무너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여행사 직원들의 근속기간을 늘리는 데는 ‘업무만족도’를 높여야 된다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일본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14년으로 한국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근속연수가 높게 나타난 이유는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짧고, 대신 업무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보통 사내에서 본인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낄 때 적극적으로 이직에 나서게 된다. 달콤한 제안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결정하길 바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직무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원 기자> ks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