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사들의 홈쇼핑 방송 실적이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여행사들의 결제 전환율 하락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유는 방송 자체의 모객 파워도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여행사들의 ‘직판’ 노력에 불이 붙으면서 전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 수준을 상회했던 홈쇼핑 전환율은 올해 상반기 평균 7%까지 떨어졌다. 홈쇼핑 방송을 보고 문의 전화(콜:call)를 한 시청자 100명 중 7명 가량만 ‘실제 고객’으로 전환된 것이다. 홈쇼핑 실고객은 주말 방송이 끝난 후 여행사 직원들이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 일명 ‘해피콜’을 돌렸을 때 예약을 확정짓는 이들이다.
홈쇼핑사와 여행사는 방송 콜수에도 촉각을 세우지만 매출과 직결되는 전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약자를 늘리기 위해 냉장고나 외제차 등의 고가 경품을 걸어 콜수를 높여도 실 구매자인 ‘전환자’ 수가 낮으면 콜수는 허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여행사들이 방송 익일 ‘해피콜’ 전화를 돌릴 때 고객에게 홈쇼핑사를 통한 결제를 취소하고, 여행사로 직접적인 결제를 유도하는 사례가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 여행사가 홈쇼핑사에 결제건당 지불하는 커미션 때문이다. 여행사는 홈쇼핑 방송료 외에도 거래 성사비로 건당 9%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행사들이 고객에게 홈쇼핑 결제 취소를 유도하고, 자사를 통한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홈쇼핑사가 집계한 결제 전환율은 여행사의 매출이자 홈쇼핑 플랫폼의 손익을 판가름하는 지표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신뢰성을 잃어간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홀세일 업체 관계자는 “본사는 직판을 하지 않지만 OP들이 직판으로 돌리는 일이 왕왕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홈쇼핑사가 집계한 결제 전환율과 여행사가 측정한 전환율 간 수치 차가 있다. 이 차이만 봐도 몇 퍼센트의 고객을 직판으로 돌리는 지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쇼핑과 여행사의 실적 확인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이마저도 짐작만 가능할 뿐 명확한 수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A사는 문의 전화 한 통당 ‘1콜’로 집계하는 반면, B사는 4인 예약 문의를 받을 경우 전화 한 통도 ‘4콜’로 간주하는 식이다. 홈쇼핑 방송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나 실제 이 성적을 정확히 진단할 이렇다 할 지표가 없던 상황에서 ‘믿고 있던’ 결제율마저 신뢰도가 낮아지자 관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B 직판여행사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 몸담고 있던 직장 뿐만 아니라 업계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홈쇼핑측도 여행사들이 수수료 때문에 직판 유도하는 상황을 알고 있지만 막을 방도는 딱히 없어 고민 중이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자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나 관행을 알고는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C 직판여행사 관계자는 “홈쇼핑 구매를 취소하고 직판으로 돌리다가 적발되면 신뢰도 또한 추락해 제대로 된 거래를 할 수 없다.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