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저가 상품이 바닥을 치고 있다. 터키 상품이 각종 악재로 인해 40만원대까지 폭락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중국 상품이 1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더 이상 한 자릿수 여행상품 가격은 먼 얘기가 아닌 게 됐다. 여행사들은 ‘초초초특가’, ‘대박 땡처리세일’ 등이 난무하는 등 일말의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태로 접어들고 있다.
<강세희 기자> ksh@gtn.co.kr
방콕 19만9000원·세부 19만9000원·청도 19만9000원·북경 14만9000원·터키 69만9000원·러시아 64만9000원·괌 49만원9000원·하와이 83만9000원….
본지가 조사한 여행사별 패키지 최저가 상품은 처참한 여행업계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패키지를 중심으로 하는 5개 여행사의 상품가를 조사한 결과 10만~20만원대로 굳어진 동남아와 중국 상품을 비롯해 장거리 지역인 유럽까지 70만원대에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지역은 지난 13년 전 가격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가격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타 지역이 지난 13년 전보다 65만원 선에서 가격대가 떨어진 반면 유럽 지역은 무려 150만원 가까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고급 휴양지로 진입 장벽이 높았던 남태평양 지역까지 50만원대로 정착된지 오래다.
이같은 저가대란의 심각성은 LCC가 아닌 풀캐리어들의 활발한 참여율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존 고정 가격대를 유지했던 풀캐리어들이 LCC와 가격대가 비등해지면서 상품가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조사한 30개의 상품 중 풀캐리어의 분포도가 50% 비중에 달하고 있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풀캐리어들 중 아시아나항공의 공세가 눈길을 끈다.
아시아나항공은 LCC들이 손이 닿지 않은 유럽 지역을 비롯해 동남아, 중국 상품에 대거 포함돼 있다. 중국 상품의 경우 제주항공과 19만원대로 가격대를 나란히 하며 공격적인 세일에 앞장서고 있다.
갈 때까지 가버린 저가 대란으로 여행사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주요 패키지사들이 가을시즌을 맞아 가장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중국 장가계 상품까지 저가 대란에 가세하며 지독한 컴플레인에 시달리고 있다.
다수 여행사에 따르면 장가계 상품의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 고객으로부터 환불 요구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A 여행사 홍보팀에 따르면 해당 업체에 접수된 컴플레인 중에서 장가계 관련 상품이 전체의 70% 비중에 달했으며, 가이드와 호텔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다.
LCC가 진출한 하와이 관련 상품에 대한 불만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1년 전만 해도 하와이를 연계하는 미주 상품에 대한 컴플레인 비중이 10% 이하였다가 하와이 모노 상품이 인기를 끌며 3~4성급 호텔까지 폭넓게 수배하다 보니 호텔에 대한 리피터 손님들의 문제제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매년 LCC 등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상품가가 요동치고 있는 와중에 낮은 가격의 상품일수록 컴플레인도 그만큼 비례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여행사의 수익률 저하 문제도 악순환 굴레 속에 빠져 있다. 여행사들 저마다 월간 최대 해외 여행객을 송출하며 고객 확보에는 고무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수익 부문에서 패키지 마진률이 5% 내외로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FIT 기류가 여행사에 깊숙이 침투함에 따라 패키지사들마저도 단품 시장으로 전환돼 향후 적자 행진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랜 경력의 업계 관계자는 “각종 여행박람회,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등 신규 채널이 보급됨에 따라 저가상품에 대한 노출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동안은 과당 경쟁이 지속되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돈의 논리가 적용돼 덤핑 판매에 혈안인 다수 여행사들이 걸러질 것이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