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하나투어 박람회 때 아무것도 사지 않으려니 왠지 ‘찬스’를 놓치는 기분이 들어 베이징 항공권을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다시 찾기 힘들만한 값싼 티켓으로 잘 다녀온 후, 이번에는 타이페이 여행을 염두에 두고 다른 박람회를 기다렸다. 일년내내 이렇게만 계획을 세워도 되겠다 싶었다.
벼르고 있었던 모두투어 박람회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이번에는 인터파크투어 온라인 박람회에 들어가 창만 ‘열고 닫기’를 반복하다, 또 다른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노랑풍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지만 고민만 하고 있다. 어차피 11월에는 하나투어가 온라인 박람회를 여니 또 기다려보기로 했다.
거기에서마저 마음에 드는 걸 찾지 못해도 상관없다. OTA에서 일이만원 더 주고 사나 큰 차이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박람회가 일년 내내 열린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소비자로서의 본인 심리다.
여행을 함께 가는 지인에게 본인 계획을 설명했더니, 정작 지인은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이다.
업계 전체가 박람회 열풍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거의 비슷한 일정과 규모로 대관하는 셈 치고 킨텍스와 세텍으로부터 견적을 받았다. 대략 하나투어는 5.4억 원, 모두투어는 1.3억 원을 장소 임대에만 쓴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부스 입점 규모는 대략 행사장 임대료의 서 너 배. 여기에 겨우 며칠 쓰고 폐기하는데 들이는 수백만 원의 부스가 아깝기 그지없다.
막상 박람회 현장에서는 경품 찾아 헤매는 ‘허수’들이 이벤트장 앞에만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괜히 이럴 때만 ‘애국자’ 행세를 하며 ‘국가적 손실’이라는 단어를 들먹여 본다.
지난 16일에 막을 내린 모두투어 여행박람회는 전체 상품판매액 220억 원으로, ‘목표 초과 달성’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하루 상품판매액이 70억 원. 본래 박람회 없이 모두투어가 하루 판매하는 상품가가 평균 50억 원을 상회한다고 하니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여행박람회를 그저 흠잡고 싶은 게 아니다. 여행사들의 박람회 경쟁이 마치 ‘홈쇼핑의 악순환’을 보는 듯하다.
남는 게 있든 없든, 하루가 멀다하고 줄줄이 개최되는 박람회가 분명 우리의 에너지를 낭비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돌아서면 다음 박람회’라는 입점 업체들의 하소연이 마음에 걸린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어 공금횡령 전적마저 모르는 척 넘어가는 관행이 만연하다면서, 그렇게 귀한 이들의 에너지를 허튼데 쏟아 붓고 있는 건 아닌지 감히 우려가 된다.
<조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