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주년 창간호는 해외 취재라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와 지방 대리점들의 현황을 두루 둘러보는 전통적인 시도를 병행했다.
일본시장은 우리 생각처럼 마냥 선진국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과는 그 태생과 구조가 많이 달라서 새로웠다. 일본 시장은 인구 대비 해외여행객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 인구 5000여만 명 중에 연간 1900만 명이 해외로 나가나고 있지만 일본은 인구 1억2000만 명에 연간 1600여만 명밖에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 전체 인구의 15% 정도만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선진국들 대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왜 이런지 여행업계 및 기자들조차도 공부하기 전에는 전혀 알기 어렵다. 일본 현지에서 취재한 사실들은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일본은 내수 시장이 막강해 전체 여행사 매출의 70%가 국내여행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해외전문여행사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여행은 일단 국내 여행을 의미하는 것이고, 해외여행은 조금 더 비싼 여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도가 매우 길고 북쪽과 남쪽 끝의 길이가 한반도 4배에 달하기 때문에 기후와 문화가 다채롭다. 또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철도 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국내 여행을 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한국처럼 부산, 대전 정도 다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쿄에서 북해도 끝을 잇는 초장거리 철도가 개통돼 엄청난 국내여행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일본은 해마다 우수 국내 여행지를 선정해 대하드라마 배경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등 국내여행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내 여행이 일본인들 생활속에 하나의 여가생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여행사 수가 10만여 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국내여행사이며 BSP 여행사는 단 20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대부분 여행산업이 국내 여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웃바운드 산업은 일부 여행사들의 전유물이 됐고, 경쟁 강도도 한국보다 심하지는 않다.
일본의 풍성한 내수 시장과는 다르게 한국 지방 대리점들의 운영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소위 잘나간다는 지방 여행사는 직원이 많아봤자 전 직원이 5명 이내고, 대부분 1~2명 정도로 운영되고, 일부 여행사는 부부끼리 근근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 시장 수요가 갈수록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고, 인터넷과 모바일로 젊은층 수요가 옮겨 가면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하는 수준까지 전락했다. 수익은 갈수록 줄고, 매출도 떨어지니 인력부터 줄이는 게 그나마 사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리점들은 자신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사를 마냥 미워하지도 않았다. 본사도 갈수록 경쟁에 치여 산다는 걸 아는 탓인지 오히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지방 대리점들은 그나마 풀뿌리 지방 네트워크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나눠먹기 경쟁으로 상당히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오히려 지방 시장이라서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이점을 활용해 자기 수입을 잘 만들어내는 곳도 있었다.
일본 시장과 지방 대리점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아직 한국의 여행업 문화가 세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탄탄한 수요와 잘 짜인 여행 시스템이 전문한 상태에서 괜찮은 자체상품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들이 단기적인 수익 추구에서 벗어나 지방 대리점 및 여행시장과 효율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시기라고 사료된다.
담당 출입처 : 취재 총괄 / 미주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