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말고 일본을 따라가자.’ 우리나라 전반에서 ‘선진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한국 경제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를 봐야 한다고들 한다. 이번 창간 17주년을 맞아 기자들에게 야심차게 내려진 특명이 일본 시장 분석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여행업계는 -현지 취재는 선배 기자들이 맡았지만- 기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보수적이고 꽉 막힌 곳이었다. 국내 여행에 지나치게 치중한 탓에 인구가 두 배 이상임에도 해외여행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슷할 뿐 아니라, 해외 전문 여행사들은 우리나라보다도 적단다.
게다가 어딜 가도 여행사들은 먹고 살기 힘든 모양인지, 현지 후일담을 통해 그들도 저가 상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낯설지 않다. 지나가면서 들은 ‘일본 여행사들은 이렇지 않다’는 말이 모두 허상으로 퍼지는 순간이다.
어디 여행사뿐인가.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어쩐 일인지 일본 기업들은 모두 도덕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할 것만 같은 이미지지만, 경영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별 수 없다.
일본 항공 시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인 일본항공과 ANA(전일본공수)에서 장기적으로 집권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일본항공이 파산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 항공업계에도 큰 파장을 가져왔다.
저비용항공(LCC) 시장을 관찰하면 더 처참하다. 에어아시아재팬, 제트스타재팬, 춘추항공재팬 등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의 일본 거점 항공사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간 일본에서 탄생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이 모두 대형 항공사들의 자회사 격에서 시작했던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독자적인 저비용항공사가 없다시피 하다.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인 우리나라를 향하는 순수 일본산 저비용항공사는 그나마 ANA 품에서 완전히 떠난 피치항공뿐이다. 국제선을 운영한다고 항공사가 더 경영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항공 시장이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이한 행보를 계속하던 스카이마크항공은 어떤가.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행보에 일본 항공 시장은 브레이크도 걸어주지 않았고, 파산보호까지 신청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그나마 ANA에서 스카이마크 회생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하네다공항 슬롯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시장보다 피 말리는, 욕심만 끝에 끝을 무는 현장이다.
창간호를 마치고 체감한 딱 한 가지가 있다면, 선진국 역시 하나의 나라일 뿐이라는 점이다. 주권·영토·국민으로 이뤄진 일본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기자가 장황하게 서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문화와 발전 방향이 다른 셈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행업계가 반드시 그들을 따라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번 창간호를 본 업계 관계자들이 일본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선진국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것보다 여행업 성장 기반을 우리나라 나름대로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담당 출입처 : 항공사 / 동남아 지역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