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온 가운데, 내수경기도 빠르게 얼어붙으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무르익어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 주변을 둘러보면 백화점을 비롯해 인터넷쇼핑몰까지 세일을 안 하는 곳이 없다.
유통업계가 그렇다.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통해 내수를 살리고 매출을 올리는 데 총력을 가하고 있다. 닫혀버린 소비자들의 지갑을 조금이나마 열기 위해, 경쟁사와의 출혈 경쟁도 감수하고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통해 매출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평소 세일을 기다리는 소비자로서 이때다 싶어 사고 싶은 것을 사볼까 했으나, 그렇지 않다. 세일이 연속되자 희한하게도 조금만 지나면 가격이 더 내려갈 것 같아 지갑을 더 닫아버리고, 고민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할인된 가격을 보고서야만 정가를 찾은 것 같아 더욱 신뢰하게 돼버렸다.
보통 70% 할인 판매를 볼 때면, ‘내가 지금만 70%나 할인혜택을 볼 수 있구나’하고 선뜻 구매하게 된다. 판매자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이렇다. 그러나 요즘처럼 세일이 연속될 때면 ‘얼마나 거품이 많이 끼어있으면 70%를 할인하나’는 의문이 먼저 생겨버린다. 없는 거품도 만들어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요즘 소비자의 마음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통업계에서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365일 세일만 할 수는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는 가격거품을 빼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행업계는 어떠할까. 365일 세일 피로감에 쌓여 있다. 피로하다 못해 방황하고 있다. 유통업계처럼 가격 거품을 뺄 것이 남아있는지도 무색할 정도로 할인은 일상이 돼버렸다.
여행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정작 여행사들은 ‘고인 물’이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매달 분석하는 BSP 순위에서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고, 여행 트렌드도 ‘반짝’ 흥행하다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분명 한 해 동안 ‘살아있음’을 증명한 수많은 시도들도 있어왔다. 많은 랜드사들이 특수지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데서 시작해 정형화된 상품에서 탈피해 신상품도 끊임없이 내놓았다. 상품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는 지는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비록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신상품들도 많지만, 분명 신상품 출현은 업계가 ‘살아있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이제 여행사들도 똑똑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365일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도를 해야 한다. 내년에는 서로가 경쟁관계이면서도 상생관계가 되도록 의미 있는 시도가 많아지길 응원한다.
<고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