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자, 혹시 아는 OP들 있어요?”
“사람 구하시는 거죠?”
알고 지내는 A여행사 팀장의 부탁에 B여행사 차장에게 ‘아는 사람’ 부탁을 해봤다.
돌아온 대답은,
“사람? 저부터 구해주시죠. 우리 팀만 8명 충원 예정입니다. 나인투식스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지킨다고 홍보 부탁합니다.”
기자가 이 달에 들은 구인소식만 13건이다. 노랑풍선, 더좋은여행, 롯데관광, 온라인투어, 인터파크투어, 참좋은여행, 투어2000, 코스모진, KRT 등 여행사 9곳에 관광청을 비롯한 유관기관만 4곳이다. 이쯤 되니 본인이 투어잡플래닛을 하나 설립해도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바깥세상은 사상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는데 여행업계만 구인난으로 요동친다. 출근하면 구인난, 퇴근하면 구직난 이야기가 들려오니 혼란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청년실업률은 13년 만의 최고치 기록에도 모자라 연일 신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는데 왜 업계는 그 흔한 청년 하나 못 찾아 안달일까.
여행사 ‘1년 버티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혹자는 몸값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업체별 1년 다니기’를 추천한다. 일 년 경력만 있어도 스카웃 제의가 넘친다는 얘기다. 이를 막겠다고 W여행사는 직원들이 업계인들과 도모하는 친목에도 난색을 표한다고 한다.
K여행사와 O여행사에는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가 있다. 보기에는 그럴 듯 해보이나 문제는 사실상 해당자가 없다는 점이다.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5년 이상 근무한 이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1년 버티기도 힘든 직원에게 10년은 남 얘기일 뿐이니 허울뿐인 복지 대신 밥값을 달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
항공사와 호텔은 쌓이는 이력서로 바쁘다는데, 여행사는 퇴직금 정산하기 바쁘니 전문가 육성은 커녕 365일 신입교육 쉴 날이 없다. 발전을 생각해 볼 내공은 쌓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신입으로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 그저 ‘충원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다.
이런 와중에 T여행사 출신 이사는 죽집을, 대양주팀 차장은 고깃집을, 동남아팀 팀장은 떡볶이집을 차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들어오는 이도 없지만, 나가는 이는 갈 곳이 없다.
어느 유명 기업이 내건 캐치 프레이즈 말마따나 사람이 미래다. FIT가 늘어난다고 패키지여행사의 미래가 없다고 하소연하기 전에, 청사진을 함께 그릴 ‘현재의 사람’부터 먼저 챙기면 안 되느냐 반문하고 싶다. 사람없다는 업계에서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없다는 여행사에는 진짜 ‘사람’이 없다. 1년 경력에도 스카웃을 제의받고, 30년 일해도 죽집 밖에 차릴 수 없는 웃픈 일이 비단 여행업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
<조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