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내에서도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 현지인들도 한국 드라마를 오히려 한국 사람보다 더 즐겨보고, 한국 예능을 촬영하기 위해 스태프가 입국할 때면 공항이 북적인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욘사마’로 불리는 배우 배용준 씨다.
어느 한 업체에 소속이 돼 있지 않은 탓에 갑자기 가이드를 맡아 달라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그 날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가이드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 무슨 행사인지도 잘 모르고 일단 오라는 곳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 세계에서 미디어만 1000명이 모여서 번쩍번쩍 플래쉬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때가 돼서야 기자회견 주인공이 배용준 씨인 것을 알았다. 기자회견이 길게 진행된 것도 아닌데, 가이드로 고용됐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많은 기자들을 한 자리에서 본 적도 전무후무한 일이지만, 후광이 나오는 연예인을 보는 것도 간만이었다.
배용준 씨의 가이드 중엔 다행히 별 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싱가포르에서 촬영팀 가이드를 자주 맡으면서 종종 사고가 터진 일도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모 프로그램이 샌토사 섬 해변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통상 하듯이 막내 스태프가 전 스태프의 여권을 모아서 가지고 있었다. 연예인과 매니저들의 여권까지 모두. 문제는 그 스태프가 여권을 몽땅 잃어버린 일이다.
여권들을 해변에 그대로 뒀는데, 싱가포르가 워낙 깔끔한 나라다보니 청소를 하면서 그대로 쓰레기들과 함께 소각장에 가져가면서 불상사가 생겼다.
분실을 눈치 채고 소각장에 달려갔을 때는, 이미 다 불에 타고 재만 남아 있었다. 하필이면 그 날이 공휴일 직전이었기 때문에 전 스태프들이 일주일 정도를 더 머물렀다가 출국했다. 의외로 그 막내 스태프는 본인에게 “누나, 우리 더 놀다 가요”라면서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
싱가포르 프리랜서 가이드 윤숙영
<정리=윤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