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간 필리핀 가이드로서 행사를 진행하며, 여행사들이 고객을 현지에 보내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고객이 현지에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보통 필리핀에 오는 주 패키지 및 인센티브 고객 연령층은 높다. 최근 진행했던 행사들만 나열해 봐도, 고령 고객들의 행사를 진행하는 데 여행사들의 조그만 인폼(Inform)이 행사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물에서 즐길 수 있는 투어가 많다. 그러나 수영복 하나 가져오지 않고 여행을 오는 고객도 있으며, 단벌로 여행을 와 직접 옷을 사드린 적도 있다. 4박5일 필리핀 행사를 잘 마치고도 어르신들은 돌아가면서 “태국관광 잘 하고 간다”는 인사말을 전하기도 한다. 여행지보다는 해외여행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여섯 가족이 모인 20명 행사였다. 미리 받은 인폼은 가족여행이라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각각 건강상의 문제로 ‘마지막 여행’으로 필리핀을 찾은 것이었다. 실명 판정을 받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는 개그맨 이동우씨도 당시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이러한 경우 겉으로 고객에게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행사를 진행하지만, 알게 모르게 신경은 100배 이상은 써야했다.
뇌종양수술로 일을 그만두고 필리핀 여행을 온 한 고객도 일정 내내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집중했다.
아예 전혀 인폼을 받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농인 단체였던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함께 동행한 수어통역사가 1명밖에 없어, 버스 안이나 실내에서만 내용을 전달하며, 애를 먹기도 했다.
수년간의 가이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로 대처했지만, 여행사에서 조금 더 인폼을 제공했다면 현지에서도 빠른 준비와 대처를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매번 남는다.
물론 여행사들이 고객과 여행을 계약하며, 고객의 사적인 세세한 정보까지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여행업종사자로서 볼 때, 책임감 없이 현지에 보내는 데만 집중하는 여행사들이 있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아마 다수의 가이드들이 행사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애로사항을 공감하지 않을 까 싶다.
넘버원투어 강현우 가이드
<정리=고성원 기자> ks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