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업계만큼 어울리는 곳은 없을 것이다.
최종적인 모객을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판매가 이뤄진다. 항공사는 좌석을, 랜드사는 상품을 판매하며 본의 아니게 갑을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협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말’이다. 때때로 계약서보다 말이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상황 역시 말로 인해 야기되기도 한다. ‘말’로 여행사와 협상하는 항공사, 랜드사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말로 인한 세일의 힘은 시시곳곳에서 드러난다. ‘귀찮아서’ 혹은 ‘번거로워서’ 구두로 전한 내용이 와전돼도, 당사자 간에 확인이 전혀 되지 않는다. 최근 A 항공사에서 개최한 행사 날짜 공지에서 기자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A 항공사 관계자와 이틀 연속으로 대화를 나누며 해당 행사 일정을 ‘차주 목요일’로 공지를 받은 기자는, 행사 당일이 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가 ‘수요일에’ 잘 개최됐다는 보도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A 항공사 관계자와 행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목요일에 통화가 연결돼 오해(?)를 풀었지만, 누구의 실수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친해서’ 초청장을 생략한 행사 영업의 ‘나쁜 예’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영업 방식은 불과 최근에 등장한 것도 아니고, 랜드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히 과거 ‘항공사 세일즈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성행했던 것 이면에도 결국 말의 힘이 있었다. “뜨거운 때(성수기) 좌석 좋은 가격에 줄게.” 이 한 마디로 소위 말하는 뒷돈을 챙기는 것 역시 영업으로 여겨지는 형국이다.
다른 사람의 말로 먹고 사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쩔 땐 남의 말을 들은 게 죄가 될 수밖에 없다. 본인 회사를 가장 대표적으로 홍보하는 말이자 캐치프레이즈인 ‘최초 논쟁’도 그렇다.
‘C 업체는 업계 최초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등의 문구가 그대로 기사로 노출했다가, D 업체에서 “○○현지 사무소는 자사가 먼저 개설했다. 기사는 오보다”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불거진 일이 대표적이다. C사와 D사는 서로 입씨름을 벌이다, “사업자 등록증을 공개하자”는 말이 나오자 한 쪽에서 조용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말로 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 사람과 술 마시고 담화하며 친해지고, 그 사람을 위해 좋은 가격을 받아다 주면 상대방은 또 흔쾌히 판매하고. 업계는 그렇게 말의 힘을 타고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말을 통해 구두계약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진의까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거짓 소문들과 내실 없는 말만이 업계를 뒤덮고 있다. 게다가 계약서보다 말이 우선된다면 결국 주먹구구식 영업을 계속하는 방식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업계는 ‘영업’이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윤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