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라는 새를 아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제주도에 많이 분포하는데,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 가마우지 물고기 잡이가 관광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낚시꾼이 가마우지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하여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채는 낚시방법인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가 쏠쏠하다.
이러한 낚시 방법을 인용해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나오키(小室直樹)는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가마우지 경제(Cormorant Economy)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즉,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하면 할수록 정작 이득은 일본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용어다.
우리나라 여행사들이 이러한 가마우지 경제의 대표적인 표본이 되고 있다. 낚시꾼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정작 실속은 못 챙기는 가마우지와 다를바 없는 신세다.
똑똑한 고객들은 마치 예약을 할 것처럼 하면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항공스케줄과 요금, 현지의 고급 정보 등 궁금한 모든 것들을 무상으로 상담을 받는다.
여행사는 그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절 하게 상담해주고 예약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고객들은 정보만 습득한 뒤 예약은 글로벌 OTA를 통하는 것이 요즘의 트랜드다.
비단 여행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대규모 쇼핑몰 역시 골치를 앓고 있다.
고객들이 방문해서 이 옷 저 옷에다 손때만 묻히며 맘에 드는 옷을 고른 후 정작 구매는 온라인을 통한다. 그래서 요즘 쇼핑몰들은 1층을 아예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바꾸는 추세다. 대형 마트 전자제품 코너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이 방문해 실제 물품에 대해 낱낱이 살펴 본 후 상품코드만 파악하고 구매는 온라인을 이용한다하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점점 더 똑똑해지는 고객들을 상대하려면 이제는 가마우지의 신분에서 벗어나 낚시꾼이 돼야 한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가마우지 목에 쳐진 끈을 자력으로 끊어내지 못하면 평생 물고기만 잡아주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당장 우리 회사만이라도 여행 상담료를 받겠다고 자신 있게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