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상품 전면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724만1823명의 외래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관광객은 806만7722명으로 전체에서 46.79%를 차지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과 1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전체 방한 외래객 중 중국관광객 비중은 40% 이상을 나타냈다.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지난 6일 KATA 주최의 중국지역소위원회에서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살아서 보자”는 인사말로, 폐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방한 중국 관광객은 매달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냈어도, 최근 5년 전부터 인바운드 패키지 시장은 중국 대형 여행사가 한국에 진출하며 경쟁이 과열됐다.
모 중국 전담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률이 0%로 떨어지게 됐는데,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1조 가까이 된다는 허무맹랑한 발표만 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면세점이 여행사에 제공한 송객수수료가 1조원에 육박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1조원이 맞다면 지금 여행사들은 돈방석에 앉았어야 한다”며 여행사별로 수수료를 공개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7일 서울시 주관으로, 지난 8일에는 문체부 주최로 여행업계와 유관업체들이 모여 논의했지만, 중국 사드 보복에 대한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당장 국내 호텔업계도 최근 1~2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 등을 겨냥한 비즈니스호텔이 늘어난 탓에 생사위기를 걱정하고 있고, 항공 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항공은 중국 28개 도시에서 38개 중국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24개 도시에서 32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광저우, 인천~베이징, 인천~상해 등 주요 10개 중국 노선의 정기편 기준 연간 공급좌석만 해도 약 709만5000석으로 집계됐다.
인천~상해 노선만 104만 석 가량이 운용됐고, 인천~청도 노선은 94만, 인천~베이징 노선은 77만 석 가량 운용됐다. 여기에 전세기까지 포함하면 앞으로의 여파는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올해 1월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운항 허가를 받은 전세기는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안과 중국을 오가는 전세기는 496편, 대구~중국 전세기는 262편이었다. 그러나 무안은 올해 들어 단 한 편도 뜨지 못했고, 대구는 3월부터 운항 신청이 불허된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로 당장 여행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작 여행사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현실에 업계 관계자들은 답답함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2년 일본이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에 따른 관광 피해를 극복한 과정은 현재 업계가 직면한 위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자료에 따르면, 일-중간 분쟁으로 인해 지난 2013년 방일 중국인 관광객 수는 131만5000 명으로 전년대비 7.8% 감소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방일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4년 83.3% 증가한 240만9000명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07.3% 증가한 499만4000 명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그렸다.
그 과정에는 주도적인 일본 정부의 활동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직접 나서서 여행사와 호텔의 입장을 들었고, 개별관광객(FIT)를 타깃으로 전략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무엇보다 중국 이외의 외래객 유치에 가장 큰 중점을 뒀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도 중국 이외의 외래객 유치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방한 주요국별 입국자수를 보면, 홍콩, 말레이시아, 베트남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50% 가까이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여행사들이 여유국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당장 우리 여행사들이 나설 방법은 없다”며 “다만 대도시 중심의 관광패턴과 저가상품 등의 문제를 개편하고, 이번 시기를 기점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전했다.
<고성원 기자> ks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