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업계 소동도 유행이 있는 걸까. 지난해 초에는 ‘항공기 지연 운항에 대한 책임’이 시끄럽더니, 최근 두어 달 동안은 갑자기 기내 난동이 화두다. 지난해 말 세계적인 스타인 리차드 막스가 난동 당사자인 임 모 씨를 제압하는 영상의 파급력 때문일까 싶을 정도다.
‘어쩌다 보니’였을 줄은 아무도 모르지만, 문제가 발생한 항공사는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었다. 운항 항공편이 가장 많은 국적사이다 보니 사건이 발생하는 빈도도 당연히 높았겠지만, ‘땅콩 회항’ 사태 이후로 또다시 기내 소란 소식이 전해진 것은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나서기 전에 각사 차원에서 적용할 매뉴얼(!)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우리나라 승무원들이 지나치게 서비스 제공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여론의 비판도 나왔다. 과거 대한항공 승무원이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있는 광고 사진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항공기는 교통수단이고 승무원은 기내 안전요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승무원의 이미지는 한참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임 씨의 기내 난동으로 인한 여론이 쉬이 가시지 않자, 결국 정부 차원에서도 칼을 빼들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항공법에 의하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중대한 안전운항 저해 행위’에 대해 최고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기존 항공보안법의 ‘5년 이하 징역’에 비하면 형량이 두 배로 늘어났을 뿐이다. ‘5년 이하 징역’ 처벌 기준에서도 조현아 전 부사장부터 지난해 말 발단이 된 임 씨 사태까지, 난동은 멈추지 않았는데 이게 대책이 될까 의문이 든다. 검찰도 임 씨에 대해, 징역 5년이 아닌 징역 2년을 구형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대책이랍시고 형량을 무겁게 하는 것은, 사형 제도가 강력범죄의 해결책이 된다는 주장과 하등 다르지 않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찾아볼 수 없다. 기내난동에 형량만 무겁게 하는 대책이 결국은 사후 약방문인 셈이다.
일단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임 씨의 난동 이후, 기내 폭력 전과가 있거나 음주 후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탑승을 거부하는 등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발생한 블라디보스토크 발 항공기 내 러시아인의 소란에, 환승 항공편의 탑승을 거부했다. 지난 21일 인천 발 홍콩 행 항공편에서도 중국인 승객 한 명이 억지 난동을 부리자, 램프 리턴을 해 ‘침착하게’ 대응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취소 수수료’ 등 국내 규제에 대해,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거센 비판을 멈추지 않은 바 있다. 그간 안전에 대한 규제보다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객관적으로 난동 상황을 반추해보면, 주범인 승객 1명을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 수백 명이 제압하지 못할 리는 없다. 아마 비교적 최근까지도 각사 대책이 뚜렷하게 없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과 예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규제 이전에 자율’이 있었고, 그 안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앞으로 대한항공의 ‘침착한’ 조치에 앞으로 의문을 품을 일은 많지 않겠지만, 과연 블랙리스트가 근본적인 해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내 안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고, 난동 당시 상황 자체는 악몽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디 항공사와 정부는 연이어 발생한 기내 난동 행패에 대해, 보다 강력하고 강경한 해결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윤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