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홈쇼핑 여행상품 ‘정액광고비 폐지’
> 찬성 비용예측 난항 · 반대 ‘기존 입장’ 번복
홈쇼핑 업계의 정액광고비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며 여행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홈쇼핑 축소’를 외치던 그간의 행보와 달리 ‘현행 유지’를 주장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액광고비 폐지론은 지난 3월 한 홈쇼핑사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부터 정액광고비 대신 정률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권고 받았다’고 여행업계에 공론화시키며 재점화됐다. 해당 홈쇼핑측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한해 수수료정책 시정을 권고 받아 여행상품을 포함한 전 상품군을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정액광고비냐 정률수수료냐’를 두고 홈쇼핑 시장과 정부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미래부는 지난해부터 홈쇼핑사 전체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액광고비를 지양하라는 입장을 표명해온 터다. TV홈쇼핑 (재)승인담당부처인 미래부의 권고인 만큼,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홈쇼핑사 입장에서 마냥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공영홈쇼핑인 홈앤쇼핑의 경우, 지난해 9월 미래부로부터 중소기업 납품과 관련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받아 곧바로 시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23일 미래부는 중소기업 활성화 및 공정거래 기여를 조건으로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TV홈쇼핑 사업권을 재승인했다. 사업 재승인의 결정적인 조건이 ‘중소기업 활성화’인 만큼 수수료 사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짝 긴장한건 여행업계다.
일반적인 유형의 상품 또는 혹은 무형일지라도 비교적 고정적인 판매가를 유지하는 타 산업 군과 달리, 여행업에서는 상품가가 시시각각 변동되는 탓이다.
이에 지난 달 홈쇼핑사와 여행사 실무진간 ‘의견을 모으자’는 내용이 오가 파장이 일었다.
정액광고비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여행사 매출이 방송차후의 콜(Call) 실적에 전적으로 달리게 될 공산이 크다. 방송 전 기획 단계에서 단가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 정률수수료만으로 방송을 진행할 경우, 홈쇼핑 측에서는 최대 30%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다수 여행사들이 오히려 새로운 정책 도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자 한국여행업협회(이하 KATA)는 지난 달 24일까지 실무진을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슬롯당 2000만원 수준의 데이터쇼핑은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도리어 데이터쇼핑부터 손 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대형여행사만 홈쇼핑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면, 여행업계와 홈쇼핑사 모두 손해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행사들은 명확한 입장을 취하는데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분위기다.
그간 시간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송출료, 즉 정액광고비 부담으로 인해 여행업계 내에서는 홈쇼핑 시장을 축소시키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뿐만 아니라 KATA는 현행 홈쇼핑 계약이 제조업에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판단, 위탁판매자로서의 여행사 입장을 일부 반영한 계약방식으로 수정 제안할 방법도 모색 중이다.
이처럼 현행 홈쇼핑 활용 방식에 일관되게 문제 제기를 해오던 가운데, 갑작스러운 ‘정액광고비 폐지설’이 역으로 제기되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액광고비를 폐지하고 정률수수료만으로 운영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홈쇼핑사뿐만 아니라 여행사 역시 지금보다 더 큰 판매제약을 받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당장 홈쇼핑 창구가 막히면 대체할 창구도 여의치 않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미래부의 시정권고에 찬성표를 던지자니 판매활로가 좁아지고, 반대표를 던지자니 현행 홈쇼핑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A 여행사의 영업기획 관계자는 “서로 이득될 게 전혀 없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모으기에는 각사들이 지나친 경쟁관계에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며 “더군다나 모든 홈쇼핑 업체가 여행업에 공동대응을 요청한 것도 아니어서 결속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 위기를 기회 삼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방송료 전체를 수술대에 올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자는 내용도 이에 포함된다.
한편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예정 방송이 취소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재완 기자> cj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