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사 직원들이 곧잘 하는 ‘드립’이 있다. 퇴사드립이란다.
걸핏하면 상사나 동료에게 조건을 제시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벼랑끝전술은 주로 연봉협상이나 업무 및 조직재배치를 요구할 때 이뤄지는데 나름 잘 먹힌다고 한다. 적당히(?) 이야기하면 의견이되기 힘드니, ‘회사가 가장 아쉬운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직원들이 두는 강수로 보인다.
처음에는 같은 회사원의 입장에서 어떤 배경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하도 퇴사 계획을 밝혔다는 직원들을 여럿 만나서 그런지 지금은 다소 무뎌졌다. 심지어 ‘그 직원 우리 회사로 영입하면 내가 나간다’고 엄포 놓았다는 에피소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최근에는 I 여행사에서 직원 간 불화로 회사를 떠난 모 여직원이 L여행사로 이직하려 하자 해당 여행사 직원들이 퇴사 카드까지 꺼내 보이며 반발했다고 한다. 타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 받아주는 이가 없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이들이지만 외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한 회사가 직원을 채용하는데 사내직원들이 퇴사카드를 꺼내며 반발한다는 양상만 놓고 보면 인사체계가 안 잡혀도 너무 안 잡혔구나 하는 탄식이 나온다. 이외에도 연봉인상을 원할 때마다 사직서를 들이밀기만 수회해봤다는 또 다른 여행사 직원, 직급 배치에 부당함을 느껴 퇴사하겠다고 반발했다는 이 등. 나름 수백 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규모 속에서 사측과 직원들의 소통 방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게 맞을까.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에서 더욱 좋은 근무환경을 찾아 떠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퇴사와 이직이 절대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공감할 터다. 당사자들간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이를 다독이고 매번 심기일전해야 하는 직장 동료들에 대한 배려 역시 필요하다. 이 같은 중요한 문제가 마치 조커인냥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는 풍토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근본적으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업체들 저마다 ‘직원간 소통,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실현할 피상적인 조직조차 없다.
직원들이 조직으로부터 일말의 부당함을 느낄 때, 혹은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 누가 이들의 입장을 들어주며 사측과 중개할까. 노조는 당연히 없거니와 그나마 폭력이나 범죄 수위를 오가야 경영지원팀에 신고가 접수되는 수준이다. 서비스를 어떻게 더 잘 할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도, 정작 서비스를 제공할 직원에 관해서는 무심해 보인다.
이야기 하나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궁지에 몰리면 악을 써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어떤 회사는 이번 1사분기의 자랑거리로 ‘단 한 건의 사직서도, 퇴사자도 없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올해는 여행업계에서도 이런 자랑 한 번 여럿 들어볼 수 있길 바란다.
<조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