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청 초청으로 다녀온 해외 출장에서, 통상 해당 국가의 항공사를 탑승하는 관례와 다르게 국적기를 이용했다. 기자의 부득이한 스케줄로 인한 관광청의 배려 덕분이다.
공교롭게도 출·귀국편 모두 양쪽 앞뒤 승객은 한국 단체 관광객. 복도 자리에 앉았을 때 화장실을 오가는 부분 때문에 쉼 없이 자리를 비켜줬고, 일행과 대화를 나누려던 다른 자리 승객은 아예 복도에 서서 기자가 앉아있던 시트에 팔을 올리고 있었다.
관건은 기내 안전벨트 착용 안내가 있었을 때였다.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에게 승무원이 자리에 앉을 것을 요청했다. “나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는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 좌석 번호 알려주시면 이따가 사람 없을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불과 얼마 전 미주 항공사들이 과잉진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안전벨트 착용 등은 갑작스런 기류변화로 항공기가 흔들릴 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기내에 탑승해서 착용등을 무시하는 것 역시 한국 사람들에겐 일반적인 일이다. 큰 사고가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두 번째로 생각해본 것은, 승무원의 역할이다. 승무원의 최우선 업무는 공식적으론 항공 안전과 보안이다. 일반 승객들은 종종 간과하는 것 같긴 하지만. 기자가 “화장실에 사람 없을 때 자리로 가서 알려 드리겠다”는 승무원의 대답에 소름이 쭈뼛 솟은 이유다.
승무원은 그 승객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분명 큰 ‘기내 난동’은 아니었으니 승무원이 해당 승객에게 경고를 하고 무력으로 제압할 이유는 없다. 몇몇 업계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던 차에, 모 항공사 관계자가 “그런데 그때 항공기 흔들려서 서있던 승객이 천장까지 솟았다가 떨어져 다쳤으면, 항공사 책임이 엄청 컸을 걸요?”라며 과거 진에어의 말기 암환자 기내 사망 사태를 이야기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결국은 ‘항공사 탓’이 불거진다는 뜻이다.
‘기내’가 워낙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과도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책임이 항공사에 덧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승무원이 너무 친절해도, 너무 딱딱해도 항공사 탓이란다. 해외여행 2000만 시대, 항공사 탓만 하는 기내 승객들과 여론의 태도는 아직도 선진국에 근접하지 못했다. 기자는 승무원의 그 대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윤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