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항공사들의 지방 시장 선점이 눈치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특히 대구 발 노선의 성공적인 운항으로, ‘다음 타깃 지역’ 선점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현재 인천·부산 발 외 지방 정기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 모 외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자사의 세일즈들은 주기적으로 지방 출장을 감행, 해당 지역 여행사들과 미팅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가시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지방 노선 개설에 초석을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항공사들의 지방 노선 공략은 인천, 부산, 대구 등 주요 도시들의 공급이 한계치에 임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은 이미 슬롯 부족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고, 부산 지역은 김해신공항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당장 항공사들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 경우, 티웨이항공을 필두로 이미 단거리 노선부터 괌 노선(오사카 경유)까지 개설돼 있고, 추가적인 수요에 대해서는 보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역항공사를 표방하는 지방 발 저비용항공사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반사적으로 국제선 개설을 고려하기도 한다. 지역항공사를 통해 공항 자체가 활성화되면 국제선 수요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국적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설립 예정인 지역항공사들 일부는 투자처 등에 의혹이 있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으로 출범만 된다면 단거리 국제선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전에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 항공사들의 주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지방 지역은 일단 선점한 항공사가 해당 판매 지역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자사의 경우 무안공항의 부정기편 노선 개설이 정착됐다는 점 때문에, 광주를 대체 공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에서 정기 노선을 개설한 야쿠티아항공같이, 아예 인천 발 노선이 없던 외국적 항공사들의 지방 취항 우선 경향도 나타난다. 앞서 타이거에어타이완이 대구~타이베이 노선으로 한국 시장에 상륙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아예 축소된 중국 인바운드 수요를 타 지역으로 돌리기 위한 노선 설계도 계획되는 분위기다. 일례로 티웨이항공은 오는 9월2일부터 제주~나리타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노선 정기편은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주 3회 스케줄뿐이다. 실제 제주 발 정기편 노선의 경우 인바운드 수요를 중심으로 개설된다는 점을 볼 때, 일본 관광객 유치에 더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방 노선 개설과 더불어 지역 편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실제 대부분의 국제선이 중국 지역에 치우쳐져 있던 청주공항의 경우, 수요 다각화에 나선 까닭에 사드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전까지 청주 발 중국 국제선 3개를 운용하던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이후 청주 발 정기 국제선을 청주~옌지 노선 하나로 줄였다.
<윤영화 기자> movie@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