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호 자리 대표 jiho@zaricorp.com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최근 될성부른 나무를 알아보는 큰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업계는 그 어떤 때보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여행사 중심의 패키지여행에서 개별여행객 형태로 변화했다고 인지하기 무섭게 단품 단위의 OTA(Online Tour Agency)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인트라바운드 등 대부분의 여행형태를 위한 OTA들이 생겨났고, 각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치열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피와 땀을 흘린 결과 개별여행객 단품 여행 시장은 매일 신기록을 써 내려가며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지난 몇 년간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 관련 관공서에서는 ‘개별여행객들의 편리한 여행’을 위해 직접 서비스를 오픈하겠다며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민간기업과의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 관공서나 공기업에서 유사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문제가 점점 공론화되면서 관공서의 신규 사업 진출 시 민간 기업과의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타당성 분석과 중복투자 검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만들겠다는 국회의원도 등장했다. 과연 지금의 문제가 규제가 만들어진다고 실무 단계에서 해결이 될지는 의문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관광 분야에 국한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홍콩의 사례를 들어보자. 홍콩관광청이 운영하는 ‘Discoverhongkong.com’의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다 보면 ‘tour&activity’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상품에 따라 고객을 직접 해당 홈페이지로 넘기거나 홍콩 기반의 세계적 단품 글로벌 OTA인 Klook으로 전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Klook은 전 세계 여행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단품 여행 시장의 이단아로 불리는 홍콩계 스타트업이다.
한국 내 국가 및 시 관광공사는 어떨까?
지인 중 단품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랍다. 관광공사에서 관련 서비스 기획서와 견적서를 보이며 관광공사를 위해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달라 요청을 받았거나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관련 링크 삽입 제안을 했으나 ‘형평성’ 문제로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숙박업소를 위한 예약관리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관광공사에서 관련 정보 포털을 만드는 계획 단계에서 겪은 일이다. 숙박업주들의 업체 정보란에 업소들의 실시간 예약 창 삽입을 제안했으나 형평성 문제로 거절됐다. 나중에 들여다보니 글로벌 OTA의 예약링크가 버젓이 삽입돼있는 것을 봤다.
최근 인천관광공사는 Klook과 업무제휴를 맺고 협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이미 많은 여행객을 모집하고, 단품 상품을 해외로 공급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모두 제쳐두고 말이다.
이런 문제들의 시작은 사실 관련 정책을 이끌고 만드는 정부나 관공서의 관광철학 부재 및 실적 우선주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조심히 짐작해본다.
관광에 대한 기사들을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기사 내용은 ‘XXXX년 XX 월 관광객 XXXX만 달성!’, ‘XX 월 작년 대비 XX % 감소!’, ‘관광공사, 관광객유치를 위한 OO건 관광객 대상 그랜드세일 진행!’의 형태이다. 관광에 대한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양적 성장을 KPI로 설정하고 움직이고 있으니 양적 성장을 위한 단발적 프로모션 기획, 글로벌 OTA와의 협업, 일회성/휘발성 정책을 설정하는 것이 아닐까. 국가라는 것은 망하면 끝나는 기업이 아니기에 더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것에 기반을 둔 정책 기획과 실행, 전략적 제휴 및 기업지원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철학과 정책 부재로 인해 끊임없이 새롭게 시도하는 시작기업들과 민간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밀리고 있다. 피로 만든 서비스를 정부가 베끼면서 흔들리고 있다. 정책 철학을 찾기 힘든 정부에 의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관공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