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말용 오케이골프투어 대표 par@golftour.biz
올해 참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파격’이다.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 행동’, ‘파격인사, 파격적인 조치’ 등 여러 언론매체에서 유달리 많이 접했던 말이다. 파격(破格)은 한자의 뜻 그대로 격식을 깨드리는 일이다. 일정한 격식이나 관행을 깨드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올해 유달리 이런 말을 많이 접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관점으로 보면 파격적인 변화는 바람직한 일이다. 적폐 청산이란 말도 그런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문제는 상식을 뛰어 넘고 일반인들의 예상이나 기대를 저버리는 파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치와 남북 관계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한 지도자들의 거친 행보가 그렇고, 그 고래싸움의 직격탄을 여행업계가 고스란히 맞았다는 점도 그렇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거대담론을 논할 역량도 여유도 없고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조직적인 힘도 없다. 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도 최근 한 두달 사이에 작지만 희망적인 파격 몇 가지를 봤다. 동남아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현지 가이드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한 점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팸 투어에서 본 현지 골프장과 랜드사의 파격행보이다. 한 가지는 ‘비정상의 정상화’란 점에서, 또 한 가지는 발상의 전환이란 점에서 아름다운 파격이다. 여행사입장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현지 가이드들의 노조결성을 두고 이익극대화를 위한 조직적 행동이라 폄하하는 시각은 철저히 갑의 입장이다. 지상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현지 행사를 진행하라는 것은 무기도 없이 전쟁터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저가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수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핑계일 뿐이다. 질 보다 양을 앞세우는 실적지상주의와 치킨게임에 가까운 무한경쟁의 산물이다. 잘못된 일이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계속되어 온 일을 현지 가이드들이 직접 나선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환원하기 위한 작은 파격행보이다. 비록 작은 파격이지만 이 노력이 여행업계의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 한 가지 작은 파격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팸 트립에서 만났다. 우선, 말레이시아 최상급 골프장들의 변신이다. 그 동안 말레이시아 랭킹 10위 이내의 골프장들 대부분이 한국 골프여행객들을 잘 받아주지 않았다. 회원제 골프장은 아예 입장도 어려웠지만 그들도 변하고 있었다. 전 세계 33개 밖에 없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TPC코스로 인정 받은 PGA코스는 한국 골퍼들을 받지 않아도 운영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고 예약은 늘 차고도 넘치지만 이들이 변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관광대국으로 가기 위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노력이 있었고 콧대 높은 이들을 설득하고 달래며 노력한 현지 랜드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프로 골프출신들로 구성된 스탭진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인 셈이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느낀다. 체육인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스포츠정신으로 무장한 매너에서 순수함과 신선함이 묻어난다. 말레이시아 골프여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기분 좋은 파격이다.
초식동물은 늘 풀을 뜯어야 하고 육식동물과 달리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풀이 없으면 새로운 초지를 찾아 헤매야 하고 이동 중에는 맹수의 공격을 경계해야 하는 온순하고 가엾은 존재다. 여행사는 이런 초식동물과 닮은 점이 많은 듯하다. 수익은 많지 않아 늘 배가 고프고 세상만사 모든 것에 영향을 받으며 일희일비해야 하니 그렇다.
미사일 한발에 울고, 태풍에 마음을 졸이고, 테러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지금까지 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을 통해 삶의 기쁨을 선사한 아름다운 집단이다. 그 아름다운 집단 안에서 지금 아름다운 파격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