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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호 2026년 05월 04 일
  • [GTN광장] 의정부 삼식이

    GTN칼럼



  • 김기령 기자 |
    입력 : 2018-04-30 | 업데이트됨 : 1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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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사진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깨끗이 쓸어 내려 주는 비다. 마음이 한결 시원해진다. 이맘때 느낄 수 있는 가녀린 연둣빛의 나뭇잎을 좋아한다. 한 겨울 버텨왔던 생명의 경외심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잠시 다가온 그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진초록의 강인함으로 변해 뜨거운 햇살을 받아 내겠지만 말이다.

 

 

몇 주 동안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답을 알 수 없는 명제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소 존경하는 업계의 형님에게 출근길에 무심결에 “형님, 점심이나 사주세요”하고 문자를 날렸다. 못내 감춰둔 그 명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점심때 만나 이야기를 들으신 형님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용동아 말이다. 의정부 삼식이 이야기 들어봤니?”

 

 

이야기는 삼식이와 아버지의 대화로 시작된다.

 

 

“삼식아, 내일은 중요한 일로 의정부를 갔다 와야 하니 꼭 명심하거라.”

 

 

“네, 아버지.”

 

 

다음날 아버지가 삼식이를 찾았으나 삼식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던 삼식이가 한참 만에 나타나서는 “아버지 저 의정부 다녀왔습니다”라며 인사를 드렸다.

 

 

삼식이는 의정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목적 없이 단순히 의정부를 다녀온 것이다. 아버지는 망연자실 멍하니 삼식이를 쳐다본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송나라 유학자 주희의 한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앞 구절과 연결하면 ‘소년이 늙기는 쉬우나 학문을 이루는 것은 어려우니 한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 잣대로 삼고 있는 문구 중 하나다. 그런데 여기서 탈이 난 것이다.

 

 

내 나이 쉰을 넘긴지 몇 해가 흘렀다. 하고 있는 일도 이런저런 난관은 있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왠지 어딘가의 허전함과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인가’의 명제에 걸려버린 것이다. 당연히 삼식이 같은 ‘목적의식 없는 열심히’는 아니었으리라.

 

 

후배들에게도 선배랍시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또한 최근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회문제들도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결과의 소산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모든 시간을 일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업계 경력 25년이라는 무의미한 날개를 등에 짊어지고 날개의 부실함도 모른 채 무턱대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위하며 다른 중요한 것을 내려놓진 않았는지, 자문에 자문을 부단히 거듭한 끝에 독자들에게도 그 물음을 감히 여쭙는다. 업계에 종사하는 내 또래의 비슷한 경력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명쾌하게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철학과 성찰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흔치않다. 업계의 선배로서, 좋은 롤모델로서 후배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열심히만 살아온 삼식이가 아닌 목적에 따른 행위의 결과가 충실한 인생을 꿈꿔 본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명제를 히말라야에게 물어 보고자 다음 달 형님의 네팔 여정에 동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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