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7월1일 오전 대한항공은 ‘항공권 발권대행 수수료를 제로(Zero)화 하겠다’고 여행사에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했다.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제로화 발표에 앞서 지난 2007년 12월13일 대한항공은 수십 년 간 제공해 왔던 판매대행 수수료 9%를 이듬해 4월1일, 7%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이 제로화로 가기 위한 전초전임을 눈치 챈 여행사들은 발끈했다. 2008년 새해가 밝아오자 수백명의 관계자들이 길거리에 모여 대한항공을 규탄하는 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당시 막강한 파워를 지닌 대한항공의 기세에 눌려 규탄시위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다. 대한항공 규탄시위는 단 1회에 그쳤고 이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타 항공사들은 여행업계의 저항수위가 예상보다 미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수료 인하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월24일 7%로 인하계획을 밝혔다. 외국국적 항공사들도 뒤를 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화 선언이 이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대한항공이 제로컴을 선언한지 어느덧 만 10년을 맞이했다.
커미션 제로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0년부터 업계에서는 커미션 제로화의 대안으로 TASF(여행업무 취급수수료)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발행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지만 항공커미션과는 비교조차 안 돼 대안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항공사에서 커미션 대신 제공하는 VI(볼륨인센티브)는 오히려 대형여행사들의 항공권 경쟁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이러다보니, 여행업계는 더욱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OTA의 공세에 경쟁력까지 잃으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것이 요즘 업계의 현주소다.
여름성수기를 앞두고도 불황이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제로컴 발표 이후 10년을 맞이한 여행업계를 반추해 보니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중환자실에 있는 여행업계를 살릴 수 있는 명약은 ‘수수료부활’이라는 약제로 긴급수혈하는 방법밖에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