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솔릭으로 온 나라가 초 긴장상태다. 자연재해 뉴스를 먼 이국땅에서 접하면서 국내에 큰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필리핀 클락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살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이 새삼 다시 떠오른다.
클락은 교민 숫자가 2만 명이 넘는 등 일반 관광객과 교민들이 함께 어울려 더욱 세를 과시하는 지역으로 많이 탈바꿈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얼마 전 가이드 한 분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일이 발생해 이 곳 교민들이 십시일반 한인회을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 쪽에서는 이럴 때마다 모금운동을 해야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환자를 생각하면 모금하는 쪽이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이곳 클락으로 관광을 오면 가장 먼저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은 가이드나 아는 친척, 지인들일 것이다. 공항에서 마주하는 분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밝은 표정으로 서로 배려하고 호의를 베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호의와 배려의 광경이 어긋날 경우도 있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일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는 지인의 입장에서는 몇 번 만나고 서로의 신뢰가 변해 있을 때다. 처음부터 서로를 호구라고 작심하고 만나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교민 사회에 살면서 한국인들을 만나면 같은 한국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다니던 이 중 한 명이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고 자책도 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발생하면 같은 교민사회에서 지내온 사람들이 서로 싫든 좋든 함께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사람 사는 따스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클락에 오래 거주한 분이 교민 수가 많아지면 단점도 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아져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이 곳 교민들은 벌써 올 가을과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 상륙한 태풍 솔릭은 별 피해 없이 지나가 올 추석에는 풍성한 가을 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