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은 장점이 많은 경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보험이 없는 생활을 생각해 보자.
자동차보험이 없다면 자동차를 지금처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없을 것이며 다치거나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보험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능할 때가 많다. 보험은 우리 경제가 원활히 돌게 하는 윤활유인 셈이다.
하지만 보험의 사행적 특성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보험사기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거나 일부 보험설계사의 무리한 일탈적 보험가입 권유를 받다 보면 보험이 싫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보험은 좋든 싫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함께 기능하고 있다.
수많은 보험 상품 중에서 여행을 갈 때 필요한 보험이 여행자보험이다. 흔히들 여행자보험이라고 하면 해외여행보험만을 떠올리지만 국내여행을 떠날 때 가입하는 국내여행보험도 있다.
국내여행보험과 해외여행보험은 출발도 같고 보험의 효용성도 같지만 어느 순간 국내여행보험은 해외여행보험에 가입 우선순위 면에서 뒤쳐져 있는 느낌이다. 즉, 해외여행을 갈 때는 대부분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지만 국내여행을 갈 때는 국내여행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여행은 해외여행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 탓일까. 하지만 승용차 이용 빈도로 짐작컨대 과연 국내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유는 바로 국내여행보험의 보장이 실손 의료보험과 일정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여행자보험은 여행 중 다친 경우나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에 발생하는 치료비를 특약으로 보장하는데 이 담보가 실손 의료비다.
실손 의료비는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경우 중복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구태여 국내여행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실손 의료비를 빼고 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현재 나와 있는 국내여행보험 상품에서는 보장과 보험료 측면에서 보험회사, 가입자 둘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상황일 때 말하는 ‘계륵(鷄肋)’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는 3419만 명이다. 5178만 전 국민의 66% 정도가 가입하고 있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자료만 본다면 국내여행보험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훨씬 많이 떠난다. 통계청 및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여행 인원은 2649만 명이고 국내여행객은 2억8496만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4078만 명이 평균 7회씩 국내여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3404만 명이 숙박여행을 하고 연 3.3회 여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여행도 많이 가지만 숙박여행으로 한정해 봐도 국내여행이 해외여행보다 4배 이상 많다.
이제 국내여행보험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하게 실손 의료비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면 보인다. 국내여행에 따르는 위험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 담보를 다양화한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계륵으로 남을 수도 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될 수 있는 것이다.